“T멤버십 디지털 혜택 확장”…SKT, 구독·헬스케어 띄워 고객 락인
통신사 멤버십이 단순 요금 할인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새해를 맞아 T 멤버십 혜택을 대폭 손질하고 구독, 헬스케어, 여가, 문화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며 가입자 락인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5G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통신 상품과 데이터, 생활 서비스를 묶는 멤버십 경쟁이 본격적인 수익 다각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31일 새해를 맞아 T 멤버십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하고 신년 한정 신규 가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2024년 1월 1일부터 15일까지 T 멤버십에 새로 가입한 고객에게 1만9000원 상당의 쿠폰을 제공하는 것이다. 메가커피 무료 쿠폰, 처갓집 양념치킨 할인, 파리바게뜨 할인 등 3종이 1월 20일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자동 지급된다. 가입 초기부터 즉시 사용 가능한 생활밀착형 디지털 쿠폰을 제시해 멤버십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멤버십을 단순 제휴 할인 모음이 아닌 데이터 기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고도화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T 데이, 영 데이 등 요일·세대별 특화 이벤트를 꾸준히 운영해 이용 패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휴 업종을 세분화해온 점이 특징이다. 이번 새해 프로모션도 음식 배달, 장보기, 테마파크, 스키 리조트 등 이용 빈도가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새해 건강 관리 수요를 겨냥한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혜택도 눈길을 끈다. T 멤버십 고객은 2024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헬스케어 플랫폼 어떠케어를 통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최대 49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가 보유한 가입자 기반과 헬스케어 스타트업 플랫폼을 결합해 건강검진 예약과 결제를 모바일 환경에서 한 번에 처리하도록 한 구조다. 정밀의료나 원격의료로 확장되기 전 단계의 생활형 디지털 헬스 서비스 시장에서 통신사 멤버십이 접점을 넓히는 사례로 평가된다.
1월 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는 T 데이 위크 기간에는 음식, 쇼핑, 여가 등 일상 소비 카테고리에 맞춘 혜택이 집중 배치된다. 배달 앱 요기요에서 bhc 치킨을 1만8000원 이상 주문하면 7500원 할인을 받도록 한 구조로, T 우주패스 100 구독 가입 고객은 동일 조건에서 8500원까지 할인 폭이 늘어난다. 통신 요금제와 더불어 구독형 결합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차등 혜택을 제공하면서, 우주패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의 가입과 유지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설계다.
장보기 영역에서는 노브랜드와 제휴해 4만원 이상 구매 시 20퍼센트 할인을 제공하고, 선착순 장바구니 증정 이벤트를 함께 운영한다. 실물 리워드를 병행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통신사가 확보한 이용자 데이터와 대형 유통사·프랜차이즈의 재고·매장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협업 모델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가·레저 분야에서는 테마파크와 스키 리조트에 대한 대폭 할인이 제공된다. 1월 5일부터 9일까지 받은 할인 쿠폰으로 롯데월드 어드벤처 서울과 부산은 1월 18일까지, 비발디파크는 1월 31일까지 종합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T 멤버십 회원 본인은 최대 55퍼센트, 동반 3인까지는 30퍼센트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비발디파크에서는 스키와 보드 리프트 5시간 이용권을 5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스노위랜드 입장은 40퍼센트, 오션월드는 50퍼센트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계절·시간대별 수요를 고려한 레저 제휴는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과 결합될 경우, 비수기 객실과 리프트 수익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
만 13세부터 34세까지 영 고객을 겨냥한 0 데이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뮤지컬 비틀쥬스 무료 관람 인원을 100명 규모로 추첨 제공하고, 디뮤지엄 전시 취향가옥2 무료 초청권 1매, 전시 룸 포 원더 상상의 문을 열다 입장권 40퍼센트 할인 혜택이 준비돼 있다. Z세대·알파세대를 중심으로 한 문화·전시 체험 혜택은 단기 매출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충성도 제고와 데이터 기반 맞춤형 마케팅 고도화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재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 등급 복원 정책도 고객 락인 전략의 연장선이다. SK텔레콤은 해지 전 기준 가입 연수와 T 멤버십 등급을 재가입 시 그대로 되돌려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2023년 4월 19일부터 7월 14일 사이에 SK텔레콤 회선을 해지한 고객이 해지일로부터 36개월 안에 재가입하면 기존 연수와 등급이 복원된다. 장기 고객에게 쌓인 멤버십 자산을 일종의 디지털 신용처럼 인정해 이탈 장벽을 높이면서, 번호이동 등으로 떠난 고객의 회귀를 유도하는 셈이다.
통신 업계에서는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수익 비중을 높이기 위해 멤버십과 구독 서비스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모바일 통신사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게임, 헬스케어, 금융 등으로 멤버십 혜택을 넓히며 가입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통신 3사가 각기 다른 멤버십 제휴 구성을 내세우며 고객 확보전에 나섰고, 제휴 파트너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유입 채널을 확보하는 대신 마케팅 비용과 데이터 활용 조건을 조율하는 협상이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측면에서 보면, SK텔레콤과 어떠케어의 협업처럼 건강검진, 생활 습관 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 비의료 행위에 가까운 영역부터 통신 멤버십과 연계되는 구조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원격의료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와 같은 규제 강도가 높은 분야로 즉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 데이터 축적과 분석 역량이 정밀의료, 보험,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로 이어질 여지도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법, 의료기기법 규제 체계 안에서 어디까지 인센티브와 데이터 활용을 허용할지에 따라 산업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재웅 SK텔레콤 프로덕트앤브랜드 본부장은 내년에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통신과 IT, 바이오·헬스케어의 경계가 옅어지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번과 같은 멤버십 고도화가 실제로 수익 구조 전환과 고객 경험 혁신으로 이어질지, 규제와 데이터 활용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