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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K AI 첫 성과 공개…5개 정예팀, 독자 모델로 글로벌 도전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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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개발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K AI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 공개되면서, 국산 초거대 AI를 앞세운 글로벌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K AI 기술력 검증이자 향후 국가 전략 AI 선택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AX 대전환, 즉 전 산업과 사회 전반의 AI 전환 비전이 실제 구현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30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를 개최하고, 5개 정예팀이 개발한 국산 초거대 AI 모델의 1차 성과를 공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대표 K AI로 성장할 수 있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AI 활용을 확산하기 위한 국가 단위 R D 사업이다.

행사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이 참여했다. 각 팀은 자체 개발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성능과 구조, 학습 데이터 전략, 서비스 적용 사례 등 1단계 개발 성과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과기정통부는 토큰 처리 규모, 언어 이해력, 코드 및 멀티모달 확장성 등 글로벌 모델과의 정량·정성 지표를 종합해 평가 지침을 마련한 상태로, 이번 공개는 이러한 기준에 맞춘 중간 성적표 성격을 띤다.

 

정예팀들이 선보인 AI 모델은 최신 글로벌 초거대 언어모델과 견줄 수 있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정부와 업계는 평가했다. 국산 모델로는 드물게 수십억 매개변수 이상 규모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현하고, 한국어·영어 등 다국어 이해와 생성, 전문 도메인 질의 응답, 문서 요약, 코드 생성 등 범용 활용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부 팀은 멀티모달 확장을 염두에 두고 텍스트 외 이미지·음성까지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해 향후 서비스 확장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는 핵심 이유는 기술 주권과 데이터 주권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빅테크의 범용 모델을 그대로 쓰는 경우 데이터 이전과 보안, 사용료, 맞춤형 튜닝 한계 등 여러 제약이 뒤따른다. 이에 반해 국산 모델은 산업별·기관별 특화 데이터로 재학습해 도메인 전문성을 높이고, 국내 규제 환경에 맞게 접근 통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재헌 SK텔레콤 CEO, 임우형·이홍락 LG AI연구원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이연수 NC AI 대표 등 주요 기업 리더와 AI 연구 책임자가 대거 참석해, 국산 초거대 AI 전략과 활용 방향을 공유했다. 현장에는 전문가와 일반 국민 등 1000여 명이 모여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의 실제 시연을 직접 확인했다.

 

행사장 로비에는 5개 정예팀이 각자 구축한 AI 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관람객들은 질의 응답, 문서 작성, 번역, 개발 코드 생성,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각 팀의 모델을 직접 사용해 보며 성능을 체험했다. 학생과 연구자, 스타트업 및 대기업 관계자, 일반 시민까지 폭넓은 층이 참여해 사용성, 응답 속도, 한국어 표현력, 안정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피드백을 제공했다.

 

각 부스에는 정예팀과 연계된 파트너사의 서비스도 함께 전시됐다. 콜센터 자동응답, 문서 자동화, 제조공정 모니터링, 게임·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 교육·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모델을 활용한 응용 서비스가 제시돼,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한 K AI 생태계 확장이 이미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특히 기업용 프라이빗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구축, API 제공 등 다양한 공급 방식이 소개되며 상용화 방향성도 일부 드러났다.

 

발표 세션에서 5개 정예팀은 모델 구조와 학습 전략,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등을 공유하는 한편, 향후 고도화 계획을 제시했다. 언어모델의 심층화와 파라미터 증설뿐 아니라, 추론 효율화와 경량화, 온디바이스 적용 등 실제 서비스에 요구되는 기술 요소를 병행해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또 의료, 금융, 공공, 제조 등 규제가 강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보안·프라이버시 설계 방향도 소개됐다.

 

정예팀들은 파운데이션 모델 자체의 성능 경쟁을 넘어, 이를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AX 기반 마련에 방점을 찍고 있다. AX는 AI 대전환을 뜻하며, 각 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모델, 공공 서비스 제공 방식을 AI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접근이다. 각 팀은 API와 개발자 툴킷 제공, 산업별 레퍼런스 구축, 교육·컨설팅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AI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 주도·정부 지원 구조의 AI 생태계 확립을 노리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월 중 1차 단계평가를 실시해 정예팀들의 기술 성과와 향후 계획을 종합 점검하고, 평가 결과를 토대로 지원 전략과 후속 과제를 조정할 예정이다. 성능 지표뿐 아니라 개방성, 생태계 파트너십, 공공 활용 가능성 등을 함께 평가해 국가대표 K AI 모델 후보군을 가려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축사에서 5개 정예팀을 모두 승자로 평가하며, 이번 도전이 대한민국의 AI 강국 도약과 경제·사회 전반의 AX 대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인프라 투자, 제도 정비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글로벌 수준의 독자 AI모델 확보가 AI 산업 생태계 구축의 핵심이라고 짚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AI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확대해 대한민국을 아시아의 AI 수도로 도약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춘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어렵고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1단계 목표를 성실히 수행한 다섯 팀을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1차 발표가 도전의 마침표가 아니라 본격적인 대장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장기적으로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교육·행정·제조 등 핵심 분야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전략적 지원과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초거대 모델 경쟁이 글로벌 단위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국가대표 K AI 프로젝트는 한국이 독자 기술로 주도권을 확보할지 여부를 가를 실험대가 되고 있다. 산업계는 5개 정예팀의 기술과 생태계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안착하고 확산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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