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내용부터 관리까지"...한림대의료원, 최고등급 동시인증으로 정밀의료 가속
의료데이터 품질 관리 수준이 정밀의료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림대학교의료원이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데이터 내용과 관리체계 두 부문에서 동시에 최고 등급을 확보하며 데이터 기반 의료 혁신의 선도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인공지능 학습, 맞춤형 치료, 국가 암 데이터망 구축의 핵심 인프라로 직결되는 만큼, 업계는 이번 인증을 의료데이터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정 데이터 품질인증기관인 씨에이에스로부터 의료데이터 내용 인증 최고 등급 Complex-Type A와 데이터 관리체계 인증 최고 등급 레벨5를 동시에 획득했다고 밝혔다. 인증은 5억 7천만 건 규모의 암 베이스라인 데이터베이스와 폐암 라이브러리 데이터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데이터 구조 복잡도와 정확도가 모두 높은 난도의 Complex-Type 구간에서 A 등급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Complex-Type A 인증은 데이터 양뿐 아니라 테이블 간 관계, 항목 수, 속성 다양성 등 복잡도를 함께 평가하는 제도로, 고난도 데이터셋에서 내용 품질이 상위 수준임을 의미한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정합률은 99.76으로, A 등급 기준치인 99를 상회했다. 정합률은 개별 데이터 값이 정의된 규칙에 맞게 일관되게 입력됐는지를 수치로 표현한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임상 연구와 인공지능 알고리즘 학습에서 오류 가능성이 줄어들어 신뢰성 있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관리체계 인증에서도 한림대학교의료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레벨5를 획득했다. 레벨5는 데이터 표준 수립, 품질 관리, 시스템 구조, 외부 연계, 운영 프로세스 등 전 영역에 걸쳐 111개 세부 평가 항목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아야 하는 최고 단계다. 씨에이에스는 ISO와 IEC 국제표준, 국내 데이터 품질관리 기준인 DQC M을 바탕으로 총 18개 기준을 적용해 관리수준을 레벨1부터 레벨5까지 구분하는데, 레벨5에는 데이터 혁신 역량과 지속적인 개선 체계까지 포함돼 달성이 가장 어렵다.
이번 인증으로 한림대학교의료원이 보유한 암 베이스라인 및 폐암 라이브러리 데이터는 고품질 임상데이터 플랫폼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암종별 진단 정보, 치료 이력, 투약 기록, 영상 및 병리 소견 등이 시계열로 정합성 있게 정리돼 있어, 향후 정밀의료 알고리즘 개발과 다기관 공동연구에서 신뢰도 높은 학습 데이터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 현장에서는 임상의가 환자 특성을 반영한 치료 전략을 세울 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의학적 의사결정지원시스템 고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품질과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정밀의료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주요 암센터들은 전자의무기록과 유전체 데이터를 통합해 대규모 암 코호트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인공지능 진단과 약물반응 예측 모델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데이터 수집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병원마다 포맷, 용어 체계, 관리 수준이 달라 교차 활용이 어려운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최고 등급 관리체계를 갖춘 것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시도로, 국내 병원 데이터의 국제 공동연구 참여 폭을 넓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측면에서도 이번 사례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민간 의료데이터 연계 사업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다. 데이터 품질인증과 관리체계 인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기관이 데이터 댐, 마이데이터 인프라,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요구하는 기본 요건과 맞닿아 있다. 고품질 인증을 획득한 병원 데이터는 향후 국가 암 빅데이터 플랫폼, 공공 연구 과제, 민간 제약 바이오 협력 프로젝트에서 우선 활용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현재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과 K CURE 임상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두 사업은 병원마다 파편화된 임상데이터를 공통 표준에 맞춰 정제하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다기관 공동연구와 인공지능 개발이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인증으로 한림대학교의료원이 구축해 온 K CURE 베이스라인 데이터베이스와 암 라이브러리는 향후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암 공공 라이브러리와 결합돼, 10개 주요 암종에 대한 국가 단위 정밀의료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서영균 한림대학교의료원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빅데이터센터장은 데이터를 쌓아두는 단계를 넘어 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과 K CURE 임상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발판으로 데이터 공유 생태계를 구축하고, 즉시 연구와 임상에 투입할 수 있는 성과 창출형 데이터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의료데이터 내용 및 관리체계 최고 등급 동시 인증이 국내 의료기관 전반의 데이터 거버넌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암 연구와 정밀의료의 토대가 되는 임상데이터 품질 기준이 한층 높아지면서, 향후 인공지능 진단 보조, 디지털 치료제, 맞춤형 항암제 개발 등 융합 산업 전반에서 데이터 품질이 핵심 경쟁 요소로 굳어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사례가 실제 시장과 진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