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세미나부터 백일장까지”…지역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심훈상록문화제의 물결
요즘 가을이면 당진 거리 곳곳에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예전에는 소수의 행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온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 속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48회를 맞은 ‘심훈상록문화제’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충남 당진에서 열린다. 축제의 시작은 ‘심훈은 건축가인가’라는 주제의 학술 세미나로 문을 연다. 심훈의 작품이 남긴 흔적을 넘어서,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오가는 이 세미나는 문학이 지금 우리의 삶 한가운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변화는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개막식은 손빈아의 공연과 함께, 폐막식은 더크로스 김혁건의 무대로 완성된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이승윤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도 참여자들의 기대를 더한다. 전시관에서는 엽서 만들기, 포토존, 문학 전시와 북페어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옛 추억을 느끼게 하는 오락실, 고전 게임존, 그리고 합창·댄스·악기 공연, 가족밴드 참여 행사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축제의 일부가 된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어린 자녀와 도서 기부 교환 행사를 찾은 한 시민은 “문학이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고 고백했다. SNS에서는 ‘추억을 가족과 나누는 시간’, ‘당진 가을의 정취’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축제 인증샷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생활소비자형 지역축제’라 부른다. 한국문화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가족단위 지역축제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했다. 그만큼, 대형 공연이나 유명인사뿐 아니라 주민의 체험 욕구, 세대소통의 공간이 축제의 본질로 자리 잡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학창 시절 읽었던 상록수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백일장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축제 현장의 사소한 인증샷, 누군가의 짧은 시 쓰기 도전이 당진만의 특별한 가을 풍경을 만든다.
심훈상록문화제에서의 추억은 그냥 지나가는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과 예술을 이어주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