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이블씨엔씨 16 지만 상승”…K뷰티주, 리파이낸싱·글로벌 매출에 변동성 확대

권하영 기자
입력

20일 에이블씨엔씨 주가가 장중 급등하며 1만 원선을 회복했다. 3분기 실적 쇼크와 구조조정 부담에 눌려 있던 K뷰티 관련주가 미국·중동 중심의 해외 매출 성장과 리파이낸싱 완료, 분기 배당 지속 등 재무·주주환원 모멘텀을 바탕으로 재평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낙폭 과대 인식과 수급 개선이 맞물린 기술적 반등 국면으로 보면서도, 구조조정 강도와 브랜드 매각 이슈가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변수라고 진단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일 장중 기준 에이블씨엔씨(078520)는 1만760원에 거래되며 전일 대비 16.07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3분기 실적 악화 이후 9,000원 안팎 박스권에 머물렀던 주가가 미국 중심 글로벌 성장 스토리와 재무 구조 개선 기대를 반영하며 1만 원대를 다시 회복한 모습이다. 이날 장중 시가 9,310원, 저가 9,290원에서 고가 1만890원까지 치솟는 등 일중 변동 폭도 크게 확대됐다.

에이블씨엔씨[07852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에이블씨엔씨[07852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주가 흐름을 보면 10월 말 9,800원 안팎에서 11월 20일 1만750원 수준까지 약 8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5일·20일 이동평균선은 각각 9,300원대 후반, 9,600원대 후반에 위치해 있으며, 주가가 단기·중기 이평선을 모두 상향 돌파하면서 추세 전환 신호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 6개월 기준으로는 7,000원대 중반에서 1만5,000원대 사이 넓은 박스권을 오가며 여전히 고점 대비 조정 구간에 있어, 중기 추세 회복 여부에 대한 해석은 갈린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가 단기 반등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누적 기준 외국인은 약 3만 주를 순매수했고, 기관은 19일 하루 10만 주 이상을 사들이는 등 최근 일주일 사이 약 13만 주 안팎의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단기 급등 구간에서 차익 실현에 나서는 양상으로, 외국인 매도 전환 시 주가 약세, 기관 매수 집중 구간에서 단기 급반등이 나타나는 등 수급과 주가가 밀접하게 연동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업계 내 위상과 등락률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변동성 특성이 부각된다. 에이블씨엔씨 시가총액은 약 2,800억 원대로 코스피 646위 수준에 머무는 중소형 화장품주다. 에이피알·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홀딩스 등 대형사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11월 20일 기준 등락률이 약 16 수준으로 동일업종 지수 상승률 약 4를 크게 상회하며 단기 탄력 면에서는 업종 상위권에 속한다. 외국인 지분율은 11대 중반으로 대형 K뷰티 기업들보다 낮지만, 가치주와 성장주 성격을 동시에 갖춘 종목으로 평가되며 향후 지분 확대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무와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성장 스토리가 붙은 가치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매출액은 2022년 2,479억 원, 2023년 2,736억 원, 2024년 2,640억 원 수준으로 완만한 흐름이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0억 원, 114억 원, 197억 원으로 개선돼 영업이익률이 4 초반에서 7대 중반까지 높아졌다. 2024년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16대 중반으로 중형 소비재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2024년 기준 주가수익비율 PER는 12배대,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2배 안팎으로 동일업종 평균 PER 36배대와 비교해 멀티플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3.8 수준의 배당수익률도 중소형 소비재 기업과 비교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부채 구조와 유동성도 개선 흐름을 보인다. 부채비율은 2023년 98대에서 2024년 70대 중반으로 하락했고, 당좌비율은 90 안팎에서 100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까지 회복됐다. 유보율은 연간 기준 1,000 안팎을 유지해 단기 차입 부담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자본 여력은 충분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 당시 마련한 인수금융에 대해 리파이낸싱을 완료하고 기존 대주단 상환을 마친 점은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 위험 프리미엄을 낮추는 요인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자 전환에도 분기 배당 주당 76원을 유지한 결정은 현금흐름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되며, 가치주 이미지를 키우는 재료로 작용 중이다.

 

주가 변동성을 키운 출발점은 3분기 실적 부진이다. 에이블씨엔씨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손실 10억 원, 당기순손실 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성장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프로모션 비용과 국내 오프라인 로드샵 구조조정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로드샵 1세대이자 미샤를 보유한 대표 K뷰티 기업으로서 국내 소비 부진과 유통 채널 재편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가 잇따랐고, 이 기간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리포트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주가에 하방 압력이 우선 작용했다.

 

다만 같은 실적 발표 안에는 장기 성장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지표도 제시됐다. 미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배 증가하며 법인 설립 5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냈고, 전체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상회하며 K뷰티 수출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틱톡샵과 아마존을 중심으로 미샤 브랜드 인지도가 빠르게 확대됐고, 10월 아마존 프라임 빅딜 데이즈에서 미샤 BB크림이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이커머스 채널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동에서도 두 자릿수 후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미국을 필두로 한 다지역 성장 스토리가 부각되면서 단기 비용을 감수한 성장 투자라는 시각이 투자자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재무 구조 개선도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한 축으로 거론된다. IMM PE가 주도한 리파이낸싱 완료로 기존 인수금융 부담을 줄이고 차입 구조와 만기를 재정비한 점은 중장기 재무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모펀드 산하 소비재 기업 특유의 레버리지 구조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던 만큼, 이번 조치는 할인 요인을 일부 해소하는 이벤트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분기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가 더해지며 성장성과 배당을 동시에 보유한 소비재 가치주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다만 레버리지 구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닌 만큼 향후 금리 수준과 추가 차입 여부는 지속 점검이 필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은 상반된 평가를 낳고 있다. 회사는 최근 3개월 사이 전체 인력의 약 30를 줄였고, IMM PE 인수 이후 8년간으로 보면 직원 절반가량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조직 효율화와 고정비 절감 차원의 체질 개선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식 비용 절감과 단기 실적 부양 목적에 초점을 맞춘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비용과 퇴직금이 실적에 부담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 고정비 감소를 통해 영업이익률 회복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이런 엇갈린 시각이 투자심리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추가 구조조정 규모와 시점은 주가의 또 다른 변동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업 포트폴리오와 유통 채널 재편 역시 주가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오프라인 로드샵 축소와 함께 온라인·멀티브랜드숍·글로벌 중심 유통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다이소 전용 더퓨어후시디움 라인 출시, 어퓨 워터락 쿠션 리뉴얼 등 가격 경쟁력 강화 제품으로 저가·가심비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비핵심 브랜드로 분류한 어퓨 분리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원매자와의 밸류 조율이 쉽지 않아 거래 성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핵심 브랜드 미샤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재무 여력 확보 차원에서 브랜드 자산을 처분해야 할 정도로 체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섞여 투자심리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브랜드·마케팅 전략에서는 글로벌 인지도 제고를 위한 협업과 앰버서더 활용이 강화되고 있다. 미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틱톡샵 K뷰티 콜렉티브 행사에 참여해 현지 MZ 소비자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브랜드 노출을 확대했고, 텔레토비 팝업스토어 협업과 더현대 서울 팝업 참여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과 MZ세대를 동시 공략했다. JYP 산하 이닛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영빈을 앰버서더로 기용해 K팝 팬덤과의 접점을 넓힌 전략도 SNS 확산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월 초 진행된 블랙프라이데이 빅세일 프로모션은 단기 매출과 재고 효율화에 기여할 카드로 거론되며 연말 쇼핑 성수기 수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만 공격적 마케팅은 단기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언급된다.

 

테마 관점에서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K뷰티 관련주이자 틱톡샵·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수혜주, 사모펀드 IMM PE 보유 포트폴리오로 구조조정·M&A 테마주, 배당·주주환원 스토리를 보유한 소비재 가치주라는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최근 한 달간 흐름을 요약하면 3분기 적자 전환 공시로 저점을 다시 확인한 이후, 미국 법인 급성장과 디지털 채널 성과, 리파이낸싱 완료·분기 배당 결정 등 재무·주주환원 이슈가 부각되며 저점 매수세가 유입된 패턴이다.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과 팝업·콜라보 뉴스가 더해지면서 단기 모멘텀 테마 성격이 강화돼 변동성이 확대됐다. 다만 반도체·2차전지·자동차 등 시장 주도 대형주와 달리 수급이 얇아 뉴스와 실적에 따른 주가 반응이 과도하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은 상시 리스크로 거론된다.

 

동일 업종 내 상대 평가를 보면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매출과 이익 규모는 에이피알·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형사보다 작지만, ROE·배당수익률·밸류에이션 멀티플을 함께 고려하면 중소형 화장품주 가운데서는 수익성과 주주환원이 부각되는 종목으로 평가된다. 반면 영업이익 변동성, 구조조정과 브랜드 매각 관련 불확실성은 약점으로 꼽힌다. 요약하면 영업이익률·배당·ROE 등 재무 지표 강점과 사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적자·비용 부담이 공존하며, 향후 주가는 어느 요인이 더 빠르게 실적에 반영되느냐에 따라 방향성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망과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가격 레벨과 수급, 재료 모멘텀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시된다. 단기적으로는 1만 원선 안착 여부와 9,600원대 20일선 지지 여부가 1차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1만 원 위에서 거래량이 동반된 박스권 상단 돌파가 이어질 경우 1만1,000원대까지 추가 반등 시도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외국인·기관 수급이 다시 약화되고 9,000원선 아래로 밀릴 경우 실적·구조조정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병행된다. 중기적으로는 미국·중동 등 글로벌 디지털 채널 매출 성장 지속 여부, 어퓨 매각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 추가 구조조정에 따른 마진 개선 속도와 폭이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테마성 변동성과 구조조정 관련 헤드라인 리스크, 원자재·환율과 같은 외부 변수, 사모펀드 보유 지분 구조에 따른 중장기 M&A·지배구조 이슈 가능성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날에는 이벤트성 매매 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수급 동향과 뉴스 흐름을 확인하며 분할 매수·분할 매도 전략을 병행하는 보수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배당과 중장기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함께 노리는 투자자라면 향후 실적 발표와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주시하며 가격 조정 구간을 분산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다음 분기 실적과 글로벌 매출 추이가 에이블씨엔씨의 재평가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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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씨엔씨#imm프라이빗에쿼티#미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