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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휴먼이 재난상담 맡는다”…다이퀘스트, 생성형 AI 심리회복 플랫폼 완성 임박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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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과 디지털휴먼 기술이 재난 피해자의 심리 회복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 전문 기업 다이퀘스트가 참여한 행정안전부 4개년 연구과제에서 재난 유형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정밀 평가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디지털휴먼 기반 상담 플랫폼이 개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공공 영역에서 대규모로 최신 AI 기술을 적용한 드문 사례로, 기존 대면 위주 재난 심리지원 체계에 24시간 비대면 지원 채널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사회적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재난 대응에서 심리 회복까지 이어지는 통합 디지털 케어 체계 구축 경쟁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다이퀘스트는 9일 행정안전부 주관 재난유형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가 및 심리회복 모델 개발 과제에서 자사가 담당한 생성형 AI 기반 재난 심리회복 플랫폼이 사용자 실증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받았으며 연구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본 과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를 주관기관으로 다이퀘스트,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트로닉스, 후트론, 광신대학교 등 6개 기관이 참여한 장기 프로젝트다.

핵심 성과는 디지털휴먼을 활용한 재난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이다. 다이퀘스트는 생성형 이미지 투 비디오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가 선택한 상담자 이미지에 표정과 입 모양, 시선을 자연스럽게 입힌 AI 디지털휴먼 상담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여기에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음성 인식 기술과 음성 합성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가 스마트폰만으로도 실제 전문가와 대화하는 것에 가까운 몰입형 상담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텍스트 입력 중심 챗봇 상담을 넘어, 화면 속 사람과 목소리 기반 상호작용을 구현한 점이 기존 정신건강 챗봇과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재난심리 평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멀티모달 분석 기술도 동시에 개발됐다. ETRI, 한국트라우마연구교육원, 광신대학교와 협력해 구축한 재난심리 평가 모델은 상담 과정에서 생성되는 텍스트, 음성, 영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구조를 취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발화 내용과 말의 속도, 음색 변화 같은 음성 특징, 표정과 시선 흐름, 미세한 안면 근육 움직임 등 영상을 기반으로 한 비언어적 신호를 동시에 반영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도와 심리 상태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한다. 단일 설문지나 자기 보고 방식에 의존하던 기존 모델 대비 진단의 정밀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이퀘스트가 구현한 상담 앱은 모바일 기반으로 설계돼 재난 피해자와 가족, 현장 대응 인력이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디지털휴먼 상담을 시작할 수 있다. 사용자는 디지털휴먼과 초기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받고, 알고리즘이 위험 신호를 감지할 경우 전문 상담사나 의료기관과 연계되는 통합 심리회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재난 직후 현장에서 모든 사람을 대면 상담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선별적 개입과 모니터링을 통해 공공 심리지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만보계나 수면 측정, 만성질환 관리 앱 중심으로 비의료 영역 웰니스 서비스가 성장해 왔다. 이에 비해 다이퀘스트 플랫폼은 재난이라는 특수 상황을 겨냥한 정신건강 지원이라는 점에서 공공 안전과 보건정책을 아우르는 융합 서비스로 볼 수 있다. 특히 재난 이후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사전에 포착해 악화를 막는 조기 개입 도구로 활용될 경우, 의료비 절감과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이미 감정 인식 AI와 디지털휴먼을 활용한 정신건강 챗봇, 심리 상담 지원 도구의 상용화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텍스트 및 음성 기반 정신건강 앱이 우울·불안 관리 프로그램과 연계되며 보험 적용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재난 대응을 위한 전용 디지털휴먼 플랫폼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 공공 연구 과제를 통해 멀티모달 심리 분석과 디지털휴먼 상담을 결합한 시도가 나온 것은 향후 국제 협력과 기술 수출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재난심리서비스가 의료 행위와 맞닿아 있는 만큼 규제와 윤리,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남아 있다. 상담 과정에서 수집되는 음성, 영상, 텍스트 데이터는 고도의 민감정보에 해당해 데이터 보관 기간, 2차 활용 범위, 익명화 수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한 AI가 내리는 심리 상태 평가 결과를 어떤 수준까지 의사결정에 반영할지, 인간 전문가와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인허가 체계가 아직 정교하게 정립되지 않은 만큼, 공공 심리지원용 AI 플랫폼이 어느 범주에 포함될지에 따라 상용화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동기 다이퀘스트 이사는 이번 연구 성과가 공공 심리지원 영역에서 생성형 AI의 실질적인 기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면서, 향후 공공과 의료, 안전 분야로 디지털휴먼 상담 기술을 확장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재난 대응 체계 전반이 데이터 기반 예측과 비대면 지원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플랫폼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인간 상담자와의 협업 모델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심리 지원 체계와 규제, 윤리가 함께 조정되는 것이 새로운 재난 대응 패러다임의 관건이 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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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퀘스트#디지털휴먼#생성형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