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와 산사의 고요”…포항이 건네는 새로운 쉼의 방식
요즘 동해를 향해 떠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예전엔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찍고 가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쉼과 경험을 찾으려 포항을 천천히 걷는다. 파도 소리 가득한 해변과 마음까지 맑아지는 산사의 고요함, 그리고 그 사이사이 지역의 온기가 스며든 카페와 식당이 새로운 일상 여행의 이유가 됐다.
포항 북구 송라면 절벽 위에 자리한 오딘은 특별한 오션뷰를 자랑하는 대형 카페로, 최근 SNS에서 ‘파노라마 바다 카페’이자 ‘포항 필수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통유리창 너머 펼쳐지는 동해의 푸름 속에서 직접 구운 80여 종의 베이커리와 특색 있는 커피를 즐기려는 방문이 이어진다. 계절마다 다르게 선보이는 한정 베이커리, 부추치아바타처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등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테라스에서 시작해 몽돌해변, 등대까지 걷는 산책 코스는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소소한 체험으로 남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포항의 해변 카페와 지역 맛집을 찾아 떠나는 ‘라이프 여행족’이 뚜렷하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여행 업계는 단순 방문 대신 한 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머무는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동해의 잔잔함을 만끽할 수 있는 월포해수욕장은 맑고 얕은 바다, 고운 모래사장이 유명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을 걷거나, 서핑으로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곳에선 민박과 넉넉한 주차장이 여행자들의 편의를 채운다.
내연산 품으로 가면 천년 고찰 보경사가 조용히 여행자를 맞이한다. 가을 숲빛이 경내를 감싸는 계절이면, 걷는 이마다 고즈넉함에 젖는다고들 표현한다. “한숨 밖에 없던 일상이 산사의 오후 햇살처럼 다정했다.” 그런 고백이 소셜미디어에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본질을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여행’으로 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이소민 씨는 “목적 있는 여행 대신, 내가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어디에서 나답게 쉴 수 있는지가 여행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카페에서 책 읽다 파도 소리 듣는 게 행복”, “가족과 보경사 다녀온 뒤로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는 등, 일상과 맞닿은 공감이 많아졌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유 한 조각을 찾는 일이 이제 포항만의 여행 이유가 되고 있다.
부드럽고 진한 크림파스타가 있는 홈파스타, 한국 식재료로 재해석한 식탐의 이탈리안 푸드까지, 지역 곳곳에서 맛과 분위기를 모두 챙기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포항의 풍경과 맛, 그리고 느긋한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여행’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순간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