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앞세워…온코닉, JP모건 연속 초청
합성치사 기반 차세대 항암 후보물질이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검증대에 오른다.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26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2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으면서다. 바이오 투자 위축 국면에서도 연속 초청을 받는 기업은 기술력과 사업성 양측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인정받은 곳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 네수파립의 임상 진전이 글로벌 파트너링 경쟁 구도에서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11일 자사 항암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2026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공식 초청 기업 자격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2026년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 호텔에서 열린다.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 기관투자자들이 연초 투자 방향과 파트너십 전략을 조율하는 자리로, 헬스케어 분야 최대 규모 투자 행사로 꼽힌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초청 기업만 행사장 출입과 공식 미팅이 가능하다. 초청 여부가 사실상 기술력, 파이프라인 경쟁력, 성장성에 대한 사전 검증 절차로 기능해 왔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공식 초청에 대해 글로벌 무대에서 기업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는 일종의 인증 효과라고 설명하면서 해외 시장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이번 연속 초청의 배경에는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 후보 네수파립의 연구 및 임상 성과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합성치사 전략은 암세포가 가진 특정 유전자 결함과 약물이 겨냥하는 표적을 동시에 고려해, 둘 중 하나만 문제일 때는 살아남지만 둘 다 작동하면 암세포가 선택적으로 사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 대비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고, 특정 유전자형 환자에서 치료 반응률을 높이는 접근으로 알려져 있다.
네수파립은 이 합성치사 기전을 이중표적 형태로 구현한 후보물질로, 암세포 내 DNA 손상 복구 관련 경로를 동시에 공략해 항암 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종양 내 취약 경로를 중첩 타깃으로 차단함으로써 기존 단일 표적 약물 대비 내성 발생 속도를 늦추고, 종양 축소 효과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표적 치료제에 자주 관찰되는 내성 돌연변이 문제를 줄여 난치성 고형암에서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2021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다암종 임상 1상 데이터를 처음 공개한 뒤, 주요 국제 암학회에서 후속 데이터를 매년 발표해 왔다. 현재까지 네수파립 관련 임상 발표는 총 7건에 이른다. 초기 단계에서 안전성과 약동학, 일부 효능 신호를 확인한 뒤, 적응증별로 췌장암과 자궁내막암 등 난치암 영역으로 임상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네수파립은 현재 췌장암과 자궁내막암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췌장암 임상 2상에서는 최근 환자 모집과 투약이 실제로 시작되면서 개발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매우 낮고, 수술과 기존 항암·방사선치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나쁜 대표적 치명적 암종으로 꼽힌다. 자궁내막암 역시 재발 환자에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영역이다. 두 암종 모두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새로운 조합 전략이 활발히 탐색되고 있어, 합성치사 기반 후보물질의 진입 여지가 크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규제 측면에서도 네수파립은 희귀의약품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네수파립에 대해 췌장암, 위암, 위식도접합부암 적응증으로 희귀의약품지정 지위를 부여했다. 희귀의약품지정은 환자 수가 적어 개발·상업적 인센티브가 필요한 질환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세제 혜택과 허가 후 일정 기간 독점권 부여 등 상용화 단계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로서는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또는 라이선스 아웃 협상을 추진하는 데 있어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시장과 산업적 맥락에서 보면, 합성치사 기반 항암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분야다. 기존에는 특정 DNA 복구 경로를 겨냥한 PARP 저해제가 대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이중·다중 표적 합성치사 기전과 면역항암제 및 표적치료제와의 병용 요법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중표적 합성치사 항암 후보를 임상 2상까지 진전시키고, 미국 희귀의약품지정을 확보한 상태에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연속 초청된 사례는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이력으로 평가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텍,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관 등과 연쇄 미팅을 진행해 네수파립의 글로벌 공동 개발, 기술수출, 전략적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협력 시나리오를 논의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췌장암 임상 2상에서 환자 투약이 시작되며 개발 동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컨퍼런스를 계기로 임상 데이터와 개발 전략을 공유하고 해외 주요 기업과의 논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투자 업계에서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전후해 파이프라인 라이선스 아웃, 공동 개발 계약, 전략적 지분 투자 등 굵직한 거래가 연이어 발표돼 왔다. 특히 난치성 고형암과 희귀암 분야에서 임상 2상 단계의 후보물질은 상업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초기 효능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빅파마의 관심을 받기 쉽다. 네수파립이 향후 중간 분석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객관적 반응률과 무진행 생존 기간 데이터를 제시할 경우, 글로벌 기술이전 협상 구도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다만 합성치사 기반 항암제는 환자 유전자형에 따른 반응 편차가 크고, 최적의 동반진단과 병용 요법 구성이 상업적 성공의 관건이 된다는 점에서 개발 난이도가 높은 영역으로 분류된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 당국은 최근 정밀의료 기반 항암제에 대해 동반진단, 바이오마커 검증 데이터, 실제 임상 환경에서의 유효성 자료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추세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향후 허가 전략 수립 과정에서 글로벌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데이터 패키지와 동반진단 연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에서는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연속 초청을 두고, 한국 바이오텍이 여전히 글로벌 자본시장 레이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술성과 사업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와 희귀의약품 전략을 결합한 파이프라인이 있을 경우, 투자 환경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평가받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제 기술이전과 상용화로 이어지는 계약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초청 자체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냉정한 평가도 공존한다.
결국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계기로 네수파립의 임상 진전 상황과 희귀암 타깃 전략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구체적 파트너십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기업가치와 산업 내 위상을 좌우할 전망이다. 산업계는 합성치사 이중표적 항암신약이라는 기술 스토리가 글로벌 협력과 자본 유입으로 이어져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