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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후 불안 커졌다”…재계, 배임죄·자사주 소각 완화 집중 주문
정치

“상법 개정 후 불안 커졌다”…재계, 배임죄·자사주 소각 완화 집중 주문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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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과 관련한 기업 규제 문제를 둘러싼 재계와 더불어민주당 간의 입장 차가 다시 부각됐다. 경제계는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배임죄와 자사주 소각 요건 완화 등 보완 입법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 역시 "속도감 있는 법 처리"의 부작용을 인정하며 일부 규정의 재정비와 제도 합리화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정치권과 경제계의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입법 과정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이번 정국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에선 경제계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TF 관계자들이 마주 앉았다. 이날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상법뿐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며 “배임죄, 경영판단의 원칙 등 보완 입법이 우선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제8단체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정밀한 논의 없이 처리된 점과 현장에 누적되고 있는 경영상 불안감을 토로했다. 박 부회장은 “과거에는 상법 개정이 전문가 특위와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쳤지만 최근 두 차례 개정은 의원 입법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처리됐다. 주주 등 해석 논란이 남은 상태에서 추가 개정이 이뤄져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측 관계자들은 배임죄 완화, 자사주 소각 예외 확대, 경제형벌 합리화 등 3대 요구를 공식 전달했다.

 

여당 TF 측은 기업 여건과 민생 경제를 고려한 규제 완화 의지를 드러냈다.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 단장은 “법과 제도의 합리화가 기본 원칙”이라며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규정의 합리성을 재검토하고 예측 가능한 법질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도 “상법 개정의 본질은 ‘거수기 이사회’가 아닌 ‘책임지는 이사회’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사주 개선, 의무 공개 매수제 등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완전 폐지보다는 경영판단의 원칙 도입, 사문화된 상법상 배임죄 폐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기준 상향 등의 보완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의 경우 “임직원 보상과 미래 투자를 위해 자사주가 필요하다”는 현장 의견이 제시됐으며, “소각 유예기간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는 재계 요구도 나왔다고 전했다.

 

경제형벌 합리화에 대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형벌이 다른 나라보다 많다”며, 재계 측이 규제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칠승 단장은 “상법상 배임죄 폐지에는 공감대가 있으나, 형법상 배임죄는 경영판단 문제와 연계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대한 빨리 대안을 찾아 해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경제계가 치열한 입장 차를 드러낸 이날 간담회는 속도 중심의 입법 과정을 민주당도 재점검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국회는 정기 회기 내에 자사주 소각, 배임죄, 자본시장법 개정 등 관련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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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더불어민주당#배임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