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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지질 한번에 관리"…JW중외제약, 3제 복합제로 심혈관 타깃

정유나 기자
입력

지질 이상과 고혈압을 한 번에 관리하려는 시도가 심혈관 치료 영역의 새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다제 병용이 표준이 된 환자군을 겨냥해 복합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JW중외제약이 선보인 신규 3제 복합제는 혈압과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동시에 조절하면서도 혈당 안전성을 강조해, 대사증후군 파이프라인 경쟁의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스타틴 기반 3제 복합제가 심혈관 위험 환자 치료 전략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일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을 동시에 관리하는 3제 복합제 리바로하이정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제품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 피타바스타틴과 고혈압 치료제 암로디핀, 발사르탄을 하나의 정제로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동시 조절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리바로하이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피타바스타틴을 기반으로 한 3제 복합제로 등록됐다. JW중외제약은 총 6개 용량 구성을 마련해 환자의 혈압 수치, 지질 상태, 동반 질환 여부에 따른 맞춤 처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다수의 심혈관 위험 인자를 가진 고위험군 환자에서 약제를 단일 제형으로 제공함으로써 복약 순응도 저하 문제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성분인 피타바스타틴은 스타틴 계열 지질강하제 가운데 신규 당뇨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돼 왔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 투여군에서의 신규 당뇨병 발생률이 대조군 대비 감소하거나, 최소한 증가하지 않는 결과가 제시되며 혈당 안전성 측면에서 차별점을 인정받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대조 치료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춘다는 데이터도 나온 바 있다.  

 

리바로하이정의 임상시험에서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제 복합 투여군과 2제 병용 대조군 간 비교가 이뤄졌다. 대조군은 피타바스타틴과 발사르탄,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을 각각 병용한 치료군이었다. 8주 투여 결과 리바로하이 투여군의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는 대조군 대비 38.3퍼센트 감소해 유의한 지질 조절 효과를 입증했다. 수축기 혈압은 22.1밀리미터수은주, 이완기 혈압은 9.8밀리미터수은주까지 낮아져 혈압 지표 전반에서 우월한 개선을 보였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이 보고되지 않아 단기간 내 내약성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제 복합제 전략은 여러 기전을 한 정제에 담아 심혈관 위험 요인을 입체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일부 해외 제약사는 스타틴과 혈압강하제, 항혈소판제를 결합한 폴리필 개념을 내세우며 심혈관 1차 예방과 재발 방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다만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동반 환자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는 혈당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조합이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번 제품이 피타바스타틴과 발사르탄처럼 혈당 안전성을 강조할 수 있는 성분을 채택한 배경으로 읽힌다.  

 

JW중외제약은 출시 직후부터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학술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9일부터 부산 소재 호텔에서 리바로하이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임상 데이터와 실제 적용 전략을 공유했다.  

 

심포지엄에서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나진오 교수는 리바로하이의 임상 결과가 심부전과 심근경색 환자 등 다양한 환자군에서 예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나 교수는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가진 환자에서 치료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는 옵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권우찬 교수는 리바로하이에 포함된 발사르탄이 내당능장애 환자의 신규 당뇨병 발생률을 낮춘 것으로 보고된 점과, 피타바스타틴 역시 용량 증량 시에도 신규 당뇨병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이번 임상에서도 중대한 이상반응 보고가 없었다며 혈당 이상이 우려되는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동반 유병률은 고령화와 비만 증가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복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제약사는 복합제를 통한 처방 단순화와 복약 순응도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함께 가진 환자는 혈당, 혈압, 지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해 개별 약물의 대사 영향과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처방 전략이 요구된다.  

 

국제적으로는 여러 스타틴이 신규 당뇨병 위험 증가와 연관돼 있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평가되는 성분을 중심으로 한 복합제가 차세대 표준 치료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스타틴 간 당뇨병 위험 차이에 대한 장기 추적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어, 리바로하이정 역시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과 후향적 분석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다.  

 

JW중외제약은 피타바스타틴의 프로파일을 전면에 내세워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등 혈당 이상이 동반된 고혈압·이상지질혈증 환자군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최초 피타바스타틴 기반 3제 복합제 출시를 통해 고위험 심혈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됐다며, 향후 실제 진료 데이터와 후속 임상을 축적해 경쟁 제품과의 차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리바로하이정이 다제 복용이 일반화된 심혈관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처방 패턴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시하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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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중외제약#리바로하이정#피타바스타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