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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스마트병원 실험…고려대, 동탄에 AI기반 의료허브 구축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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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디지털 인프라가 결합된 미래형 스마트병원이 수도권 남부 의료 지형을 바꾸려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이 경기도 화성 동탄2 신도시 종합병원 건립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인구 급증에도 대형 병원이 부족했던 동탄에 700병상 이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과 연구·교육 기능이 더해질 경우, 단순 진료 거점을 넘어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실험하는 새로운 의료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수도권 남부 의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24일 화성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동탄2 신도시 종합병원 건립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화성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고려대의료원이 제안한 중장기 마스터플랜과 의료 운영 능력, 지역사회 공헌 계획, 연구와 혁신 전략 등을 종합 검토해 이같이 결정했다. 안암·구로·안산에 이어 동탄 제4고대병원이 들어서면 고려대의료원은 수도권 북부에서 남부까지 이어지는 의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다.

동탄 제4고대병원은 700병상 이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회복기 재활병원,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이 연계된 복합 의료캠퍼스로 조성된다. 중앙광장을 축으로 외래·입원 진료, 재활, 노인 돌봄, 주거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과 도시 공간을 끊김 없이 이용하도록 설계하는 개념이다. 병원이 도심의 한 기능이 아니라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측면에서 동탄 제4고대병원은 AI 기반 진료지원 시스템과 디지털 트윈, 초연결 스마트 인프라를 전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진료지원 시스템은 환자의 진단 영상, 검사 수치, 진료 기록 등을 통합 분석해 진단과 치료 방침을 제안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의료진은 이 시스템이 제시하는 여러 옵션 중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어, 진단 정확도 향상과 진료 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된다.

 

디지털 트윈은 병원 내 환자 흐름과 병상 가동률, 수술실 일정, 장비 사용량 등을 가상공간에서 그대로 구현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실제 병동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면 특정 시간대 응급실 과밀을 미리 예측해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중환자실 병상 회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증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 생산라인 최적화에 쓰이던 디지털 트윈을 병원 운영에 본격 적용하는 시도가 이뤄지는 셈이다.

 

초연결 스마트 인프라는 병원 내 각종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장치, 병상 모니터,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환자의 생체 신호가 병실, 간호스테이션, 의료진 모바일 기기로 동시에 전달되면서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알람과 동시에 대응 프로토콜이 자동 실행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이런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현되면 간호 인력 부담을 줄이고, 응급상황 대응 시간을 단축할 여지도 생긴다.

 

연구 측면에서는 임상데이터와 바이오헬스, AI를 융합한 데이터 기반 연구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새 병원에 축적될 대규모 전자의무기록, 유전체 정보, 영상 데이터 등이 통합 관리되면, 특정 질환에 대한 후보물질 발굴이나 치료 반응 예측 모델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병원의 기존 연구 인프라와 전문센터 네트워크를 동탄에 연계해 정밀의료, 중개연구, AI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 같은 구상은 글로벌 의료기관이 추진 중인 디지털 병원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급종합병원들은 AI 판독 보조, 원격 중환자 모니터링, 병원 운영 디지털 트윈 등을 통해 진료 효율과 환자 안전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이 AI 영상 분석과 스마트병동을 도입하고 있지만,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합 의료캠퍼스 모델은 아직 드문 편이다. 동탄 제4고대병원이 실제 완공 단계에 접어들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 구도가 한층 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 추진에는 건설과 금융 분야 민간 파트너들도 참여한다. 우미건설, 비에스한양, 효성중공업이 시공 파트너로,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이 금융 파트너로 합류해 병원 건립과 캠퍼스 조성의 재정·시공 안정성을 높였다. 의료IT와 스마트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는 별도의 솔루션 기업과 클라우드·네트워크 업체들의 참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을식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수도권 남부 주민들이 오랜 기간 요구해 온 상급종합병원 건립을 고려대의료원이 맡게 된 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동탄 제4고대병원을 진료와 돌봄을 넘어 연구와 교육, 주거가 결합된 미래형 의료도시 모델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고려대의료원의 연구·교육 역량을 동탄에서 확장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의료계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동탄 제4고대병원이 계획대로 조성될 경우, 수도권 남부에서 AI 기반 정밀의료와 스마트병원 기술을 검증하는 실증 무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대응하는 회복기 재활, 노인복지, 주거 융합 모델의 성패도 가늠하게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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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동탄제4고대병원#ai기반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