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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영수증로 진료까지 디지털화"…세브란스, 보안·탄소감축 동시 추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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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영수증 같은 디지털 행정 인프라가 대형 병원의 운영 구조를 바꾸고 있다. 외래 진료에서 결제,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환자 여정 전 과정이 전산화되면서 편의성과 정보보호, 환경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환자 접점 행정 절차의 디지털 전환이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이 모바일 영수증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기반 서비스를 본격 가동하며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8일 병원정보시스템에 연동된 모바일 영수증 서비스를 공식 도입했다고 밝혔다. 진료비 결제 직후 카카오 알림톡을 통해 전자영수증을 실시간 발송하는 방식으로, 환자는 수납 창구에서 종이 영수증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진료 내역을 즉시 조회하고 저장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외래원무팀과 정보서비스팀이 공동 기획을 맡고,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가 개발에 참여해 병원 내부 시스템과 외부 플랫폼을 통합하는 구조로 구현했다.

기술적으로는 병원정보시스템과 외부 메시징 플랫폼을 연동하는 인터페이스가 핵심이다. 결제 완료 신호를 HIS에서 감지하면, 환자 고유 식별 정보와 진료 내역 요약이 암호화된 형태로 전송되고,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영수증이 생성돼 알림톡으로 발송된다. 전송 경로와 저장 구간에는 암호화와 접근 통제 기술이 적용돼 종이 영수증 대비 정보 노출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종이 문서 분실이나 오판독 같은 오프라인 한계를 줄이고, 환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진료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도 강화했다. HIS와 외부 플랫폼 간 연동 과정은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보안 관련 규정을 준수해 설계됐다. 모든 영수증 발송은 환자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이뤄지며, 동의 범위와 철회 절차를 시스템에 반영해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했다. 기존 종이 영수증이 창구, 병실, 가정 등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던 것과 달리, 모바일 영수증은 인증된 기기에서만 열람하도록 제한해 정보 유출 위험을 줄였다는 평가다.

 

환경효과와 업무 효율성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연간 약 970만 장의 종이 영수증을 모바일로 대체해 약 5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진료비 수납 창구에서 처리하던 출력, 검수, 재발급 등의 행정 업무가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고, 환자 대기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필요 시 모바일 화면에서 영수증을 바로 제출하거나, PDF 등 전자 파일 형태로 보험사나 기관에 전달할 수 있어 사후 관리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의료기관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병원들은 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된 환자 포털, 모바일 앱을 통해 청구서와 진료 요약, 검사 결과를 통합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모바일 진료 예약, 번호표 발급, 전자문진 등 일부 기능을 도입해 왔지만, 영수증과 처방전, 보험 청구까지 행정 전 과정을 모바일로 통합하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의 모바일 영수증 도입은 국내 의료기관 간 디지털 행정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규제 측면에서 의료기관들의 관심은 디지털 행정 데이터가 향후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제, 보험 청구 자동화 등으로 확장될 때의 법적 경계에 맞춰져 있다. 현재 모바일 영수증은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프레임 안에서 설계됐지만, 향후 모바일 청구서, 전자처방전, AI 기반 결제 시스템 등으로 연결되면 전자금융, 보험업,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규제와의 접점이 생길 수 있다. 업계에서는 관련 가이드라인과 표준화 작업이 병행돼야 서비스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모바일 영수증을 출발점으로 디지털 행정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병원은 모바일 진료 후 수납 서비스, 전자처방전과 모바일 청구서 통합 시스템, 인공지능 기반 결제 및 보험 청구 서비스 고도화, 환자 경험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행정 프로세스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청구와 결제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면 진료 내역에 따른 본인 부담금과 보험 지급 가능성을 자동 산출해 환자에게 사전 안내하고, 보험사와의 정산 오류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여지도 있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모바일 영수증 도입을 두고 환자 편의성과 정보보호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진료에서 결제, 사후 관리까지 확장 적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 경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형 병원의 이러한 행정 디지털 전환이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계는 모바일 영수증을 포함한 디지털 행정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주시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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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레몬헬스케어#모바일영수증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