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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돌봄로봇 바둑이”…NHN, 제주에 기부로 디지털 돌봄 확산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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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을 결합한 디지털 돌봄 인프라가 지역 사회서비스 현장으로 내려가고 있다. NHN이 제주사회서비스원과 손잡고 중산간 지역 돌봄 공간에 AI 돌봄 로봇과 PC를 기부하면서, 노인 돌봄과 청소년 교육을 아우르는 스마트 케어 모델이 현실 적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민간 ICT 기업과 공공 사회서비스 기관 간 협력이 지역 돌봄의 디지털 전환 경쟁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NHN은 11일 열린 제주사회서비스원 개원 4주년 기념 정책포럼에서 제주 지역 사회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고성능 PC와 인공지능 로봇 등 디지털 기기를 기부했다고 12일 밝혔다. 기부 규모는 약 2000만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장비는 제주사회서비스원이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는 신규 돌봄 공간 우리마을 돌봄센터에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이번 지원은 NHN이 추진해온 ESG 경영 전략의 연장선이다. 특히 디지털 인프라가 취약한 제주 중산간 지역의 돌봄 환경을 개선해 정보 접근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 담겼다. NHN의 시니어케어 전문 자회사 와플랫이 10월 제주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과 체결한 AI 기반 스마트 돌봄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업무협약 이후, 실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첫 행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행사에는 이혜란 제주도청 복지가족국 국장,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문원일 제주사회서비스원장, 김삼섭 중앙사회서비스원 실장 등 공공 부문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NHN 측에서는 황선영 법무정책그룹 이사이자 와플랫 대표가 참가해 디지털 기기를 전달하며 향후 기술·서비스 협력을 약속했다.

 

돌봄센터에 들어가는 고성능 PC는 지역 청소년 대상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의 핵심 인프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프로그래밍 기초를 가르치는 코딩 교육, 영상·음원 편집을 포함한 미디어 제작, 온라인 협업 도구 활용 교육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리터러시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된다. 기존 중산간 지역에서는 장비 부족으로 인해 단순 인터넷 검색 수준에 머물던 정보 활용 교육이, 이번 지원을 계기로 실습 중심의 창의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같이 제공된 AI 돌봄로봇 바둑이는 바둑 대국 기능을 중심으로 설계된 놀이형 인공지능 기기다. 바둑의 수읽기 알고리즘과 패턴 인식 기능을 활용해 상대 수준에 맞춰 대국을 진행하고, 수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두뇌 활동을 자극한다. 청소년에게는 게임을 통해 전략적 사고와 집중력을 키우는 인지 훈련 도구로, 고령층에게는 반복적인 두뇌 사용과 상호작용을 유도해 치매 예방과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는 디지털 돌봄 파트너로 쓰일 전망이다. 세대 공용으로 설계된 점은 공간 효율성과 장비 활용도를 동시에 높이는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기부는 기존 사회복지 현장에서 활용되던 단순 영상 시청용 기기나 고정형 키오스크와 달리, AI 알고리즘과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상호작용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용자의 연령, 사용 빈도, 플레이 패턴 등을 바탕으로 난이도와 상호작용 방식을 조정하는 구조가 도입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맞춤 돌봄 서비스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선영 NHN 법무정책그룹 이사는 중산간 지역 주민을 디지털 혜택에서 배제하지 않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부가 지역 주민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포용 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NHN과 와플랫이 제주사회서비스원과 함께 돌봄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고 사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 지원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원일 제주사회서비스원장은 제주형 돌봄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을 단위의 통합돌봄 구조와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AI와 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 돌봄 체계를 고도화하고, 도민 누구나 소외감 없이 질 높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돌봄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제주 지역 특성상, 한정된 인력을 디지털 기술로 보완해야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국내외적으로 디지털 돌봄은 이미 고령사회 대응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 요양 시설에 대화형 로봇과 센서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고 돌봄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실증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을 결합한 재가 돌봄 서비스가 보험 체계에 부분 편입되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NHN과 제주사회서비스원의 협력은 이런 글로벌 흐름 속에서 지역 사회 차원의 디지털 케어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국내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공공 돌봄 영역에서의 AI 확산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의료·사회복지 데이터 활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수로 꼽힌다.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 생활 패턴 등이 데이터로 수집·분석될 경우, 데이터 보안과 활용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는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중심으로 정비되는 중이며,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AI 도입 기준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번 기부와 연동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와플랫은 스마트폰 기반 와플랫 AI 생활지원사 서비스를 통해 노인 돌봄 분야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위험군 1인 가구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안부 확인, 건강 상태 점검, 응급 상황 관제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다. AI가 통화 패턴, 앱 사용 빈도, 위치 정보 등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돌봄 인력이나 지자체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주형 스마트 돌봄 모델 구축의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NHN과 와플랫의 행보가 단발성 기부에 그치지 않고, 향후 AI 돌봄로봇과 스마트폰 기반 돌봄 서비스를 연계한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돌봄 센터에서의 상호작용 데이터와 재가 돌봄 앱 데이터를 연동할 경우, 이용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정밀 돌봄 모델로 확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회서비스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 속도뿐 아니라, 돌봄 인력 교육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협력이 실제 지역사회에 얼마나 깊이 안착할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도입과 기부가 지역 돌봄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동시에, 공공·민간이 함께 만드는 장기적 돌봄 혁신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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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제주사회서비스원#와플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