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질증후군 첫 치료제 도입…GC녹십자, 극희귀질환 공략 가속
알라질증후군을 적응증으로 한 세계 최초 치료제가 국내에 공식 도입되며 희귀 소아 간질환 치료 패러다임 변화가 예상된다. GC녹십자가 도입한 리브말리액은 담즙정체성 소양증을 표적으로 하는 회장 담즙산 수송체 억제제로, 기존 대증적 관리에 머물던 치료 전략에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시를 극희귀질환 영역에서 국산 제약사의 포트폴리오 전환점이자, 희귀질환 급여 정책 논의의 시험대가 될 계기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13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소속 전문의를 대상으로 리브말리액 국내 출시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제품 특성과 임상 데이터를 공유했다. 리브말리액의 성분은 마라릭시뱃으로, 3개월 이상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담즙정체성 소양증 치료제다. GC녹십자는 지난 8월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으며, 조만간 급여목록 등재를 목표로 보건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알라질증후군은 담도를 이루는 관 구조가 선천적으로 적거나 결손돼 간 내부에 담즙이 쌓이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담즙 정체가 지속되면 간세포 손상은 물론 심혈관계, 골격계, 안구, 피부 등 여러 장기에 복합적인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피부를 심하게 긁게 만드는 담즙정체성 소양증은 영유아기의 수면과 성장, 보호자 정신건강까지 악영향을 주는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이경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교수는 행사에서 알라질증후군 환아의 임상 양상을 소개하며 기존 치료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담즙정체성 소양증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핵심 증상임에도 항히스타민제, 레시틴, 담즙산 제제 등 기존 옵션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브말리액이 회장 말단부에서 담즙산 재흡수를 담당하는 회장 담즙산 수송체를 표적해 담즙산의 장간 순환을 차단함으로써 혈중과 간 내 담즙산 부담을 낮추고 소양증을 완화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핵심 연구인 아이코닉 임상을 포함한 여러 글로벌 데이터에서 리브말리액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뒷받침됐다고 소개했다. 아이코닉 연구에서는 가려움 점수 감소, 담즙산 수치 개선, 수면 질 향상 등 다차원 지표에서 유의한 개선이 관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도 기존 약물 반응이 불충분한 환아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출시로 환자 접근성이 한층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리브말리액은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담즙정체성 소양증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 허가를 받은 치료제로, 현재 미국과 유럽,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도 해당 적응증으로 처음 허가를 받은 약제로, 그동안 해외 원정 치료나 제한적인 임상 참여에 의존하던 환경에서 상용 치료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 특성상 약가와 급여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향후 급여 등재 결과가 국내 희귀 소아 간질환 치료제 도입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IBAT 억제제 계열 약물을 중심으로 소아 담즙정체성 간질환 영역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전성 담즙정체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담즙 관련 희귀질환에 대한 적응증 확장과 장기 추적 데이터 확보가 병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리브말리액 도입을 계기로 알라질증후군뿐 아니라 다른 담즙정체성 질환 영역으로 연구와 도입 범위가 넓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희귀·극희귀질환 치료제 도입에는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 등재, 장기 안전성 관리, 환자 레지스트리 구축 등 다층적인 과제가 따른다. 특히 소아 희귀질환 특성상 국내 환자 수가 적고 데이터 축적 속도가 느린 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사용 경험과 국내 환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작업이 중요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리브말리액이 급여 체계 안착 후 실제 처방 패턴과 간이식 수요, 보호자 삶의 질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중장기적 추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리브말리액 출시를 시작으로 극희귀질환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희귀·난치성 질환 영역에서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만큼, 해외 혁신 치료제 도입과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을 병행해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박진영 GC녹십자 SC본부장은 앞으로도 희귀와 난치 영역에서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리브말리액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고 후속 제품 개발과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