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항제철소서 또 유해가스 사고”…포스코 안전관리 도마 위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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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다시 유해가스 흡입 사고가 발생하며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근로자 6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3명은 심정지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20일 오후 1시 3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STS 4제강공장에서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50대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현장에 있던 40대 포스코 직원 1명이 슬러지(찌꺼기) 청소 작업 중 유해가스를 흡입했다. 이들은 공장 내부 하수구에 쌓인 찌꺼기를 빨아들이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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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이뤄진 곳은 반쯤 밀폐된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용 차량을 공장 안까지 들여보낸 뒤 긴 호스를 하수구 안으로 넣어 슬러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가스 종류와 발생 원인은 조사 중이다.

 

청소 용역업체 직원 2명은 작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에 있던 포스코 직원 1명이 이들을 발견해 포스코 자체 소방대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포스코 소방대 방재팀원 3명도 구조 작업 과정에서 유해가스를 들이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총 6명이 가스를 흡입했고, 청소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직원 2명과 포스코 직원 1명 등 3명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때 상태가 호전돼 자발 호흡을 보였으나 다시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명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구조에 나섰던 방재팀원 3명도 유해가스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파악됐다. 정확한 중독 정도와 후유증 여부는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진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잠깐 상황이 호전돼 자발적으로 호흡을 하다가 다시 상태가 나빠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공장 내 환기 상황, 보호장비 착용 여부, 작업 절차 준수 여부 등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소방과 경찰은 이번 사고가 일산화탄소에 의한 질식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슬러지 제거 과정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며 일산화탄소 등이 다량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 당국은 현장 공기 성분 분석과 시설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발화 및 가스 발생 메커니즘을 규명할 방침이다.

 

쟁점은 반복되는 제철소 유해가스 사고에도 현장 안전 관리가 충분했는지 여부다. 반밀폐 구조의 공간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스 농도 측정, 강제 환기, 보호장비 지급·착용 등 기본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구조대원 3명까지 추가로 중독된 점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개요와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당시 작업 책임자, 안전관리 담당자, 용역업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지시 사항과 작업 전 사전 점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한 감독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사고 직후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 작업장에 작업 중지 권고를 내리고, 현장에 특별사법경찰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고용부는 “중대 산업재해 가능성이 있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역 사회에서는 대형 사업장에서 반복되는 유해가스 사고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포스코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원·하청 구조에서의 책임 소재, 하청 노동자의 안전권 보장 등을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는 경찰과 고용노동부, 소방 당국의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중태에 빠진 근로자 3명의 상태가 위중한 만큼, 산업 현장의 구조적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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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포항제철소#유해가스누출#일산화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