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요구서 못 받았다"…김기현, 로저비비에 특검 출석 불응 논란
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정면 충돌했다. 특검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피의자인 김 의원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김 의원 측은 소환 통보 자체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라 수사 막판 긴장이 커지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7일 언론에 배포한 공지를 통해 김기현 의원에 대한 소환 요구 경과와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김 의원에게 어제 16일을 출석 일자로 해 우편으로 소환을 통보했으나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과 보좌진은 어제까지 특검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자택과 국회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사팀에 소환에 응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이 같은 태도와, 서류 송달이 이뤄지지 않은 절차적 상황을 함께 문제 삼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김 의원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일 절차에 따라 출석을 재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일정을 새로 지정해 18일자로 출석요구서를 다시 발송하겠다는 의미다. 특검 수사 기간 만료 시점이 28일인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대면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은 열흘가량 남은 셈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17일 김기현 의원 자택과 국회의원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해 김 의원 부부의 휴대전화와 2023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김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차량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가운데 2023년 3월 16일을 이씨가 선물용 로저비비에 가방을 구입한 시점으로 특정하고 관련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본건 가방 수수자 김건희와 가방 구매자 김 의원 부인이 가방의 구체적 전달 일시, 장소, 실제 전달자 등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일절 진술하지 않아 수사상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최소한도의 범위에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수사 대상자 진술이 막힌 상황에서 물증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였다는 취지다.
압수수색영장에는 김기현 의원이 이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이 당선된 이후, 김건희 여사에게 시가 260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 계좌에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한 뒤, 최근 이씨와 함께 김 의원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에 대한 지난달 6일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문제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함께 이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감사 편지도 발견됐다. 특검은 이 감사 편지가 선거 지원과 답례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방향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와 공모해 통일교 신도 2400여 명을 국민의힘에 입당시키고, 이를 통해 김기현 의원을 당 대표로 밀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대가로 통일교 측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는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같은 정황 아래서 이씨가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김 여사에게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검 수사 기한 종료가 임박한 만큼, 김기현 의원 소환 여부가 향후 수사 동력과 여야 공방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이미 정치 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해 온 만큼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고, 야권은 청탁금지법 위반과 대선 전·후 권력형 비리 의혹을 연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일 태세다.
민중기 특검팀은 18일 재소환 요구 이후 김기현 의원의 대응을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추가 강제수사 수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기한이 28일로 제한된 만큼, 국회와 정치권은 남은 기간 특검 수사와 관련한 공방을 이어가며 정국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