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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4초 만에 자폐 선별”…서울대, 집에서도 조기예측 시대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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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이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조기 선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주관하고 세브란스병원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은 부모가 촬영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분석해 아동의 자폐 위험을 예측한다. 영상은 모바일 앱을 통해 전달되며, AI는 14초 만에 결과를 산출해 조기 개입 가능성을 높였다. 업계는 대기 기간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새로운 선별 체계로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김붕년(소아정신과), 김영곤(융합의학과), 세브란스병원 천근아 교수팀이 주도한 연구는 국내 9개 기관의 18~48개월 아동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부모가 아동에게 이름 부르기, 모방 행동, 공 주고받기 등 세 가지 과제를 시행하며 각각 분당 1분가량 영상을 촬영했다. AI는 음성 및 17개 관절 움직임, 공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반응 속도, 눈맞춤 시간, 부모 개입 횟수 등 행동지표를 수치화했다. 세 과제별 예측 결과를 합산한 앙상블 모델(종합모델)은 AUROC 0.83, 정확도 75%로, 위험군을 신속 선별하는 성능을 기록했다. 단일 과제별로도 AUROC 0.78~0.81, 정확도 73~75%의 결과를 제공했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 전문가 대면 진단(ADOS, ADI-R 등)이 필요없고, 실제 가정 환경에서 촬영된 영상을 자동 분석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표준 진단법이 95%대의 진단 정확도를 보유하나, 고비용·장시간 대기라는 한계가 있었다. 영상 1편 분석에는 평균 14초만이 소요됐다. AI가 놓친 일부 사례는 증상이 경미한 '경계성' 아동이었는데, 이는 발달 위험 신호를 사전에 파악해 추적 관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적용 측면에서 이 AI 선별 기술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곳, 장기 대기가 불가피하거나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1차 선별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부모가 직접 영상을 찍어 보내는 방식이어서 접근성과 현실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ADOS 등 검사 도구 위주였던 진단체계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짧은 가정 영상을 AI가 자동 분석해 실시간 선별 결과를 내놓는 사례는 드물다.

 

한편 현재 관련 규제는 임상 진단에는 전문가 판단을 필수로 요구한다. 그러나 선별이나 스크리닝 분야에서 AI 활용 논의가 확산되며, 데이터 보호 및 알고리즘 투명성 요건 논의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집에서 부모가 촬영한 영상만으로 자폐 위험을 조기 판별할 자동화 도구를 마련했다"면서 "임상 확대 연구를 거쳐 실제 의료 체계에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조기 치료 개입의 문턱을 낮추고, 만 2세 전후 골든타임 진입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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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자폐ai#영상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