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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관리도 글로벌 톱티어”…삼성바이오, CDP A등급 확보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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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 관리 역량이 바이오 생산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ESG 평가지표에서 최상위 등급을 확보하며 지속가능경영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 CDP로부터 수자원관리 부문 A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평가 참여 2년 만에 최고 등급에 오른 것으로, 탄소와 에너지뿐 아니라 수자원 사용 효율, 오염 저감, 데이터 공개 수준까지 글로벌 빅파마와 동급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배양 시설을 운영하는 위탁생산 기업의 수자원 관리 수준이 향후 CDMO 선택 기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CDP는 2000년 영국에서 출범한 이후 전 세계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수자원, 산림 등 환경 이슈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기업은 설비 투자, 자원 사용량, 감축 목표, 리스크 관리 체계 등을 정량·정성 지표로 보고하고, CDP는 이를 기반으로 등급을 매긴다. 수자원관리 부문에서 A등급을 받으면 A리스트에 편입되는데, 매년 CDP 평가에 참여하는 기업 가운데 약 2퍼센트만이 A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자원관리 A등급은 단순한 공시 수준이 아니라 전략과 실행을 동시에 요구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CDP 수자원 평가는 기업의 자연자본 전략, 공정 내 수질 오염 관리 체계, 물 스트레스 지역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분석, 공급망 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또한 취수와 방류, 소비량 데이터를 얼마나 정밀하게 측정하고 공시하는지, 외부 검증을 통해 데이터 신뢰도를 확보했는지도 핵심 요소로 반영된다. 특히 이번 등급에서는 수자원 재이용률 향상과 오염 물질 배출 최소화를 위한 장기 목표 설정과 이행 현황이 중요한 차별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대규모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수자원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 왔다. 생산설비 세척 공정과 냉각 시스템 등 물 사용 비중이 높은 공정을 대상으로 재이용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폐수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비를 개조했다. 동시에 취수·방류 지점을 포함한 전 사업장의 수자원 사용 데이터를 세분화해 실시간에 가깝게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확립했다. 이런 활동이 전략·목표·활동 전 영역에서 고른 점수를 받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 수자원 관리는 직접적인 비용 요인인 동시에 품질 및 규제 리스크와도 직결된다. 초순수 사용량이 많은 세척·배양 공정에서 물 사용 효율을 끌어올리면 유틸리티 비용 절감 효과뿐 아니라 환경 부하 감소도 동시에 얻게 된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들은 CDP를 비롯한 ESG 평가를 통해 공급망 파트너의 기후·수자원 대응 수준을 비교하고 있어, 수주 경쟁에서 신뢰도 지표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GSK,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는 CDP 참여를 투자·조달 과정의 참고 지표로 삼고 고객사와 파트너 기업에 평가 참여를 독려하는 흐름을 강화해 왔다.  

 

해외에서도 수자원 리스크 관리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규제와 시장 평가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제조시설의 물 사용량과 수질 영향이 지역 사회와의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신규 플랜트 인허가 조건에 물 스트레스 평가와 저감 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CDMO들은 물 및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배양·정제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도입과 함께 순환수 시스템, 고효율 폐수 처리 설비 투자를 병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CDP A리스트 등재는 글로벌 생산거점으로서의 수용성과 규제 리스크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대외 신뢰도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자원 영역을 넘어 광범위한 ESG 이니셔티브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 SMI에서 존 림 대표가 헬스시스템 태스크포스 공급망 분야 의장을 맡고 있으며, 글로벌 헬스케어 공급망 전반의 탄소 감축과 환경 리스크 저감을 논의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SMI는 2020년 세계경제포럼을 계기로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주도해 출범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이니셔티브로, 기업과 금융기관을 묶어 산업 전반의 탈탄소 전환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에는 SMI가 수여하는 테라 카르타 실도 받았다. 테라 카르타 실은 탄소 중립을 향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기업에 부여되는 인증으로, 투명한 목표 설정과 실행 계획, 공급망 연계 감축 전략이 핵심 평가 요소다. 앞서 확보한 테라 카르타 실에 더해 이번 CDP 수자원관리 A등급까지 확보하면서, 회사의 ESG 전략이 단기 캠페인 수준을 넘어 중장기 비즈니스 전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수자원 관리에 대한 별도 규제가 기후변화 대응만큼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공급망에 대해 강화된 ESG 기준을 적용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CDMO 기업에도 유사한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생산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는 기술 혁신이 향후 원가 경쟁력과 함께 규제 및 환경 리스크를 줄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CDP 평가 결과를 두고 글로벌 고객사의 ESG 요구에 발맞춰 환경 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온 성과라고 설명했다. 존 림 대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수자원 관리 강화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공장 증설과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도 ESG 기준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산업계는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에서 환경 성과가 얼마나 실질적인 사업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이런 평가 지표가 투자와 파트너십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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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cdp#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