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에 정부 지원 탄력"…대구경북 신공항 표류 속 재정 부담 논쟁 가열
광주 군·민간공항 통합 이전이 대통령실 주도로 탄력을 받으면서, 수년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부담 논쟁이 격돌하고 있다. TK 신공항이 막대한 사업비 부담에 가로막힌 사이 광주 군 공항 이전이 정부 지원 합의문 채택 단계로 진입하면서, 두 사업의 형평성과 국가 책임 범위를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TK 신공항 사업은 특별법에 근거해 대구 도심에 위치한 군·민간 공항을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로 옮기는 계획이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투자 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대구시는 군 공항 시설 건설에 약 11조5천억원, 기존 대구 동구 K-2 군 공항 후적지 개발에 약 5조9천억원, 총 17조원대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군 공항과 후적지 개발을 연계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 특성상 민간투자 유치가 관건이지만, 최근 몇 년간 투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업 구조 설계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전체 사업비를 저리 융자받고, 발생 이자를 중앙정부가 국비로 상환하는 방식의 재정 지원안을 정부에 제시해 왔다. 그러나 해당 안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고, 관련 협의도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토지 보상 등 초기 단계 착수조차 못한 상황이다.
사업 지연이 장기화되자 군 공항 이전 예정지 주민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개항 일정도 사실상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역 안팎에서 제기된다. 공사 기간과 보상 절차, 환경영향평가 등을 감안할 때 예산 확보 지연은 곧 개항 시점 연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정체된 TK 신공항과 달리 광주 군·민간공항 통합 이전 사업은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가 가세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날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는 대통령실이 주도한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첫 회의가 열렸다. 협의체에는 광주시, 전라남도, 무안군,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참여해 광주 군·민간 공항의 전남 무안 이전에 따른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관련 내용을 담은 합의문도 발표했다.
대구시는 광주 사업의 진전에 주목하며 재정 공조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군 공항 이전지를 이미 결정한 상태인 만큼 조만간 이전지가 공식 확정될 광주시와 실제로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광주시가 사업비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면밀히 지켜보면서 공동 대응에 나서 TK 신공항 이전에 필요한 정부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군 공항 이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TK 신공항 사업도 국가 주도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역 정치권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TK 신공항 특별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예산 배분과 지원 방식이 광주 사례와 크게 다를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TK 신공항 사업 추진 근거를 강화하고, 중앙정부 부담을 명문화하는 별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당국의 부담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 기간 인프라로서 공항 이전을 지방 단위 기부대 양여와 민간투자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후보들을 중심으로 TK 신공항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자들은 TK 신공항 해결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 것이라며 지역 숙원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척될 수 있도록 대구시와 정치권, 시민이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구시는 향후 예산 당국과의 추가 협의, 관련 법 개정 논의를 병행하며 재정 분담 구조를 재설계할 방침이다. 국회 역시 TK 신공항과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둘러싼 재정 책임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