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20선으로 후퇴…외국인 2조 순매도에 반도체 약세
28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가 4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반면 코스닥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시장 활성화 방안 기대감 속에 3% 넘게 급등하며 900선을 되찾아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대형주·반도체에서 중소형 성장주로 이동하는 양상이어서 향후 수급 재편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32포인트(1.51) 내린 3,926.59에 마감했다. 지난 24일 이후 이어지던 상승 흐름이 4거래일 만에 끊겼다. 코스피는 장 초반 전장 대비 8.39포인트(0.21) 오른 3,995.30에 출발해 4,000선 재도전을 시도했으나, 장중 하락 전환 후 낙폭을 키우며 한때 3,921.89까지 밀렸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오른 1,470.6원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이탈이 겹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된 모습이다.
수급 측면에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조41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약세를 주도했다. 개인은 1조5,68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냈고, 기관도 4,593억원어치를 순매수해 방어에 나섰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 1,581억원 규모의 매도 우위를 나타내 현선물 모두에서 위험회피 성향을 드러냈다.
해외 변수도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27일 미국 뉴욕증시는 추수감사절로 휴장해 추가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한 가운데, 모건스탠리가 오라클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한 공격적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이 막대한 부채를 초래해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급등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이 글로벌 AI·반도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에서는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강화됐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삼성전자는 2.90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2.57 내리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2차전지 대표주인 LG에너지솔루션은 6.85 떨어져 7에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37, 두산에너빌리티 1.55, HD현대중공업 3.4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27 등 주요 대형주도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반대로 일부 금융·자동차·바이오주는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KB금융은 0.89 상승했고, 기아와 셀트리온도 각각 0.09, 0.22 오르며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 방어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업종이 2.85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고, 유통 1.72, 화학 1.27 등도 부진했다. 반면 의료정밀 업종은 1.73 상승했고 건설 업종도 1.42 오르며 일부 경기민감주와 방어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정치권의 세제 논의도 장중 코스피 약세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여야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구간을 조정하는 세제개편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낙폭을 확대했다. 여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해당 구간에 최고 세율 30를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최고 세율 30가 대주주 양도소득세율 25보다 높아 고액 배당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과거에 비해 제도가 개선돼 기업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제기됐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정책 기대감을 중심으로 완전히 다른 흐름을 연출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2.61포인트(3.71) 오른 912.67에 마감해 9거래일 만에 종가 기준 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3.71의 상승률은 지난 4월 10일 기록한 5.97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코스닥은 장 초반 8.69포인트(0.99) 오른 888.75에 출발한 뒤 장내내 상승 폭을 점진적으로 키웠다.
코스닥 강세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가 부각됐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스닥을 1,000선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천스닥 플랜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관련 수혜 기대가 성장주 매수세를 자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 논의가 투자 심리를 주도했다며,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 이동한 흐름이 수급 지형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급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921억원, 기관이 6,025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개인은 1조437억원을 순매도해 차익 실현과 수급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코스피에서 대형주를 팔고 코스닥 성장주로 옮겨타는 외국인·기관의 ‘섹터 로테이션’이 진행된 셈이다.
개별 종목으로는 코오롱티슈진이 23.95 급등하며 24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2차전지·바이오 등 성장주 전반이 강세를 보이며 에코프로비엠이 1.97, 에코프로가 3.17 올랐다. 알테오젠은 2.30, 에이비엘바이오 7.55, 리가켐바이오 6.97 등 주요 바이오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엔켐은 중국 배터리 제조기업과의 대규모 공급계약 기대가 부각되며 16.39 급등해 눈에 띄는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모든 종목이 강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원익홀딩스는 1.04 하락했고, 젬백스는 12.47 떨어지는 등 일부 종목은 차익 매물을 소화하며 조정받았다. 그럼에도 전체 코스닥 종목 1,737개 가운데 1,366개가 상승해 약 80 수준의 종목이 오른 ‘폭넓은 상승 장세’가 연출됐다.
거래대금에서도 양 시장의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1조9,020억원으로 집계돼 전날 13조90억원보다 1조1,070억원 감소했다. 반대로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11조6,680억원으로 전날 8조6,100억원 대비 3조580억원 늘어나며 중소형주 중심의 매매가 크게 활발해졌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산한 거래대금은 6조5,58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도 확대가 당분간 코스피 상단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방향과 미국 증시 재개 이후 글로벌 수급 동향에 따라 국내 증시의 주도 섹터가 다시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국내 증시는 정책 추진 속도, 미국 기술주의 조정 여부, 원달러 환율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