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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민주당에도 수천만 원 지원 진술"…경찰, 공소시효 앞두고 전담팀 수사 착수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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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통일교가 여권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에게도 거액을 지원했다는 진술이 특검을 통해 나오면서, 경찰이 공소시효를 의식한 전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0일 오후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통일교 관련 사건 기록을 인편으로 전달받은 직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특별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기록을 접수했으며, 배당과 동시에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수사본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접수한 즉시 기록을 검토해 일부에서 문제 제기하고 있는 공소시효 문제 등을 고려한 신속한 수사 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전담팀 구성을 전했다.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의 정치권 자금 지원 의혹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중기 특검팀은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본부장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2명에게 각각 수천만 원씩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로 거론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전 장관은 페이스북 글에서 "저를 향해 제기된 금품수수 의혹은 전부 허위"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별도의 해명과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공소시효 적용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18년에 금품이 제공됐다면 올해 말 시효가 만료돼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사 지연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법률 적용에 따라 시효는 달라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같은 행위를 뇌물 수수 혐의로 볼 경우 공소시효가 최대 15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찰도 이 같은 법적 쟁점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관련 법리와 판례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와 현 정부 인사들 간 접촉 정황을 둘러싼 공판 진술도 파장을 키우고 있다. 윤영호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자신에게 제기된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22년 2월 교단 행사를 앞두고 현 정부 장관 네 명에게 접근했고 이 중 두 명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도 만났다"고 주장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이름이 언급되면서 정치권 전반으로 불똥이 튄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전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 내부 문건도 확보했다. 특검에 따르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문건 가운데 2022년 1월 22일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에는 "VIP 선물"이라는 제목 아래 여야 정치인 7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명단과 실제 선물 제공 여부는 추가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민중기 특검팀을 둘러싸고 제기된 편파 수사 논란도 경찰 수사 방향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거론된다. 특검이 통일교와 보수 진영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동안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경찰은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며 정치적 형평성 논란을 의식한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경찰은 특검팀으로부터 이관받은 각종 진술과 물증, 내부 문건을 우선적으로 분석한 뒤 필요할 경우 관련자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수사대상에는 통일교 관계자뿐 아니라 자금 지원 의혹이 제기된 정치권 인사들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전담수사팀장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박창환 총경이 맡는다. 박 총경은 현재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있으나, 11일 경찰청에 복귀해 전담팀을 지휘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별전담수사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통일교를 매개로 한 여야 인사들에 대한 지원 의혹이 본격 수사 국면에 들어가면서 추가 폭로와 책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자금 관리 관행에 대한 제도 개선 논의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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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통일교#전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