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스팸 막는다더니”…문자 재판매자 10곳 중 4곳 인증 미이행

신유리 기자
입력

스팸 문자와 스미싱 등 정보통신 기반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량 문자 발송을 담당하는 문자재판매사업자의 전송자격인증 제도 이행률이 57.5%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익명성을 악용한 기계적 대량 발송이 사회적 피해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제도의 현장 정착이라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통신·보안 업계는 기술인증 부실이 스팸·스미싱 대응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전송자격인증을 받은 문자재판매사업자는 691곳으로 전체 1200여 곳의 57.5% 수준이다. 전송자격인증제는 사업자의 보안·운영 역량을 심사해 불법 스팸·발신번호 위조 등 문자 경유지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차단하고자 지난해 6월 자율규제로 도입됐다.

2023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인증제가 의무화됐지만, 시행령 미확정과 예산 미배분으로 관련 정책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집행 근거인 시행령과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책 부진과 산업계 대응 지체가 맞물리며 인증 미이행 사업자 40% 이상이 시스템 밖에 남게 된 셈이다.

 

기술인증이 취약한 사업자를 통해 스팸·스미싱이 우회 전송될 위험도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미싱 피해 건수와 금액은 2020년 822건 11억원에서 2024년 8월까지 4396건 546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올해 8월 기준 신고 건수의 66.9%가 특정 문자중계사업자에 집중되고 있어 특정 경로를 통한 피해 고착화 현상까지 드러났다.

 

해외 주요국은 대규모 데이터 전송·중계사업자에 대한 기술인증과 통신망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있어, 국내 제도 집행·이행률 제고가 시급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산업계는 인증 미비 상태가 지속될 경우 통신 인프라의 신뢰성과 사회적 비용이 동시에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문자 인증제의 실효성은 시행령·예산 등 제도 인프라와 현장 이행률이 맞물릴 때만 담보될 수 있다”며 “정부·사업자 간 거버넌스 강화와 기술 인증의 실질 관리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무자격 문자재판매사업자 문제와 스팸·스미싱 급증이 산업 신뢰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시험대로 보고 있다. 기술적 규제와 정책 인프라, 현장 집행력을 아우른 균형 있는 대책이 산업·사회적 신뢰를 되살릴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문자재판매사업자#전송자격인증#스미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