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상처 넘어 통합으로”…이재명, 12·3 1년 특별 성명 준비 막바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1년을 맞아 다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 선포 1년 당일에 맞춰 특별 성명을 준비하면서다. 당시 한밤의 특별 담화로 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대비가 주목되고 있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총리 주례보고 등 일부 정례 업무만 소화한 채 12월 3일 발표할 특별 성명 문안과 외신 기자회견 답변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3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무력으로 막아낸 시민들의 저항을 기념하는 ‘빛의 혁명’ 1주년을 기념해 특별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 외신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처음에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특별 담화’라고 알렸다가, 이날 들어 공식 명칭을 ‘특별 성명’으로 수정했다. 표현을 바꾼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야간 특별 담화 형식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장면과의 선명한 차별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윤석열이 그날 밤 특별 담화를 하면서 계엄을 선포했다”며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에 계엄을 알렸던 형식과 달리, 1년 뒤에는 계엄의 상처를 수습하고 매듭짓는 메시지를 성명 형태로 내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다만 성명에 담길 구체적 문구와 메시지에 대해선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총부리에 맞선 함성으로 극도의 혼란을 평화로 바꾼 대한민국 국민의 노고를 기억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따라 성명에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시민이 보여준 집단적 용기와 평화적 저항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중심에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의 상흔을 봉합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 통합을 위한 향후 과제까지 제시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계엄 선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다뤄온 이른바 3대 특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이 계엄 잔재 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정치 개편 구상 등을 포함한 중장기 국가 비전을 담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 역시 메시지의 폭을 넓히는 통로로 활용될 전망이다. 여러 해외 언론은 지난 1년 동안 한국이 대규모 유혈 충돌 없이 계엄사태를 수습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사회 갈등의 심화를 함께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한국 사회의 회복력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계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진영 갈등과 사회 분열에 대한 자신의 진단과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어젠다와의 연계도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강조해온 인공지능 대전환, 디지털 전환, 신산업 육성 등 경제 성장 전략과 계엄 극복 1년 메시지를 결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정 대변인은 “외국 정상을 만나보면 한국과 K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평가를 한다”며 “외신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빛의 혁명이 보여준 회복 탄력성과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일정과의 연계도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 성명 발표와 외신 회견을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이른바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계획이다. 여기서 지난 1년간의 계엄 극복 과정과 향후 헌정 질서 수호 과제, 선거제도와 사법 개혁 등 현안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변인은 또 “소규모이지만 국민과 함께하는 깜짝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엄 사태 당시 부상자, 시민군 유가족, 현장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 상징적인 인사들을 초청하는 방안이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행사 성격과 참가자 구성을 막판까지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계엄 책임 소재와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보수 진영을 직접 겨냥할 경우 정국이 다시 격렬한 공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야권 진영 일각에서는 계엄 책임자에 대한 법적·정치적 단죄, 제도 개선 방향이 분명히 언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12·3 계엄 1년 메시지는 향후 국회 개혁 입법 논의와 내년 선거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된다. 민심이 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워 온 만큼, 이 대통령이 성명에서 내놓을 민주주의 복원과 통합 구상에 대한 국민 평가가 여야 모두의 향후 전략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은 3일 특별 성명과 외신 회견, 5부 요인 오찬 등을 거점으로 계엄 1년의 의미를 정리한 뒤 관련 후속 조치와 제도 개선 과제를 단계적으로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역시 계엄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을 이어가면서 다음 정기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