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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동조·협력 책임 묻겠다"…조은석 특검, 한덕수·이상민 등 국무위원 대거 기소

한채린 기자
입력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내란·외환 의혹을 두고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정부 핵심 인사들이 정면으로 맞섰다. 특검팀은 180일간의 수사 끝에 계엄 선포와 후속 대응 과정에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헌법적 책무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내란 관련 혐의와 위증 혐의를 대거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5일 발표를 통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기소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세 사람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낸 인사들로, 특검은 이들이 계엄을 제지해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계엄에 동조·협력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먼저 지난 8월 이상민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계엄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국무위원이었다. 특검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계엄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계엄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고 견제할 책무가 있음에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하달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서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와 함께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총리이자 이른바 국정 2인자로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보다, 계엄의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에 가담하고 계엄 사후 선포문을 작성해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계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 질서 수호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도 수사가 이어졌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고,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직원 출근 지시 등에 관여한 행위를 계엄 가담 정황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수장으로서 공안·사법 시스템을 동원해 계엄 체제 유지에 협력했다는 취지다.

 

특검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계엄 당시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 참여를 소속 의원들에게서 차단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의원총회 개최 의사가 없으면서도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 공지하는 방식으로 국회 의사결정을 지연·혼란시켜, 헌법 질서 유지와 국민 보호 책무를 위반하고 계엄에 동조·협력했다는 설명이다.

 

수사는 계엄 사태 이후 국가기능 유지를 위한 헌법기관 구성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특검팀은 헌법재판관 미임명·지명 문제와 관련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특검은 두 사람이 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정상 작동을 방해하고 국가기능 작동에 관한 헌법적 책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의 칼끝은 국회와 법정에서의 위증 행위에도 향했다. 특검팀은 계엄 사태 이후 국회와 법원에서 허위 증언을 한 국무위원들과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들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존 혐의에 더해 위증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고,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완규 전 법제처장도 위증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특검팀은 이들의 허위 증언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진상 규명을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특검 관계자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위증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위증 혐의가 헌법기관과 최고위 공직자들에게까지 적용된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검찰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검 수사와 기소가 과도하다는 반발도 제기될 전망이다. 계엄 사태 당시 판단과 조치의 위법성 여부, 국회의장의 권한 및 여야 합의 과정,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향후 국회 재판·청문 절차와 특검 수사 결과를 축으로 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 일정에 따라 국회는 계엄 사태와 관련한 추가 진상 규명 방안과 제도 개선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한채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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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석특검#한덕수#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