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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시간 속을 걷는다”…제천의 향교와 박물관에서 보는 가을의 여유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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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더 천천히, 더 깊게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한다. 예전엔 집과 길이 전부였던 평범한 하루가, 이젠 조용히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제천의 가을이 그렇다. 고즈넉한 향교와 박물관, 그리고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호수 위를 산책하는 크루즈까지. 사소한 풍경들이 삶에 온기를 더한다.

 

요즘은 북적임보다 적당한 거리의 여유를 찾는 여행자들이 많다. 청풍면의 청풍향교는 한적한 산사와도 같은 공간이다. 붐비지 않는 마당과 단아하게 정돈된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오래된 유교 문화의 그림자가 조용히 마음에 내려앉는다. ‘이곳에서라면 시간도 조금 느려지는 것 같다’고, 방문객들은 소감을 전했다.

의림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의림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도시의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산동의 의림지역사박물관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다. 제천의 역사를 해설로 듣고, 아이들은 오감 체험 프로그램에 빠진다.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가 알차게 엮여 있어 ‘제천을 제대로 알게 됐다’는 평이 자주 들린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계절 관람객 수는 최근 10% 가까이 늘었다. 꾸준히 찾는 사람들은 “전시 구성이 섬세하고 설명이 친절하다”며, 산책처럼 가벼운 방문이 일상의 쉼이 된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숙련된 여행자들은 호수 위에서 머무는 시간 또한 빼놓지 않는다. 충주호크루즈 청풍나루엔, 잔잔한 물살을 가르며 떠나는 유람선이 있다. 90분간 펼쳐지는 구담봉, 옥순봉의 풍광과 같이 ‘관광이 아니라, 잠깐의 멈춤’에 가까운 경험이다. 바람과 물결이 주는 위로를 통해, 일상에 지친 이들은 잠시나마 호흡을 고른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여행의 완성은 지역 식당에서 이뤄진다. 인근의 봄돈카츠는 프리미엄 일식 돈카츠로 알려진 곳. 바삭하고 두툼한 고기, 깔끔한 공간, 방문객에겐 ‘작지만 소중한’ 미식의 기억을 전한다. 이 집만의 ‘봄돈스페셜’은 미식가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단체나 가족 이용에도 적합해, ‘함께한 소풍의 마침표’로 손꼽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제천을 천천히 걷다 보면 내 마음도 고요해진다”, “가을엔 이런 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이야기. 누군가는 “여행의 목적이 쉼이란 걸 이제야 깨달았다”고 표현했다.

 

작고 사소한 시간의 배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삶을 조금씩 다르게 살아간다. 산책 같은 여행, 그곳의 마음. 제천의 가을은 어쩌면 모두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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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청풍향교#의림지역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