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860선 반등…외국인 저가 매수에 하방 경직성 강화
코스피가 24일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직전 거래일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 영향으로 3,860선에서 반등하며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 코스닥은 2차전지와 일부 성장주의 약세로 하락 전환돼 개인 매수에도 지수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종목·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오전 9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50포인트 오른 3,865.76을 기록했다. 장 시작과 함께 전장 대비 61.90포인트 오른 3,915.16에 출발한 뒤 한때 3,917.16까지 오르며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상승 폭을 줄였다. 직전 거래일인 21일 코스피가 3.79퍼센트 급락하며 3,850선으로 밀린 뒤 하루 만에 반등한 셈이다.

외환시장도 위험자산 선호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47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전환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수급을 보면 외국인이 38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2억 원, 188억 원을 순매도하며 상단을 제한하는 구도다. 외국인은 직전 거래일 코스피 시장에서 2조8,23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이날 매수 우위로 방향을 바꿨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595억 원 순매수하며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동시 매수에 나섰다.
해외 증시 훈풍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지난주 말 뉴욕증시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재부각되며 주요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정책 기조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이동시키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했다.
미국 기술주에서는 업종 내 차별화가 이어졌다. 엔비디아는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 구동용 GPU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장중 등락을 거듭한 끝에 0.97퍼센트 하락 마감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2.98퍼센트, 퀄컴은 2.32퍼센트 상승하는 등 종목별 온도 차가 뚜렷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함께 전일 급락에 따른 가격 매력이 부각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환 헤지 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도 외국인의 코스피 매수 전환을 지원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코스피 과매도 인식 속에서 반도체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는 당분간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 속도와 환율 흐름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다시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반도체 대표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 급락 후 3.32퍼센트 오르고 있고 SK하이닉스도 1.92퍼센트 상승 중이다. KB금융 1.24퍼센트, 신한지주 0.65퍼센트 등 금융주도 동반 강세다. 셀트리온 0.43퍼센트, 삼성물산 0.93퍼센트, HD한국조선해양 0.83퍼센트 등 대형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반면 2차전지와 일부 바이오·자동차주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7퍼센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01퍼센트 내리고 있다. 현대차는 0.19퍼센트 하락하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은 1.89퍼센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34퍼센트 떨어지는 등 경기 민감·방산주 일부도 조정을 받는 흐름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2.09퍼센트, 헬스케어 4.13퍼센트, 정보기술 1.61퍼센트 등이 상승하며 코스피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운송장비는 1.56퍼센트, 화학은 0.64퍼센트, 전기가스는 0.53퍼센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주와 경기민감 업종 간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며 업종별 차별화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57포인트 내린 860.38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장 초반 전장 대비 9.35포인트 오른 873.30에 출발해 상승세를 보였으나, 장중 매도 물량이 늘면서 하락 전환했다.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장중 수급에 따라 지수가 방향성을 잦은 반전하는 양상이다.
코스닥시장 수급을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15억 원, 99억 원 규모로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에 부담을 주고 있다. 개인은 1,169억 원을 순매수하며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외국인·기관 매도세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고위험 성장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이 여전히 보수적인 방향에 머물러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종목별로는 2차전지 관련주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에코프로비엠은 1.59퍼센트, 에코프로는 3.05퍼센트 하락 중이다. 바이오·성장주에서는 펩트론이 6.10퍼센트 급락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 1.37퍼센트, 리가켐바이오 0.22퍼센트 각각 내리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평가 논란이 있는 성장주에는 차익 실현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바이오주는 개별 호재와 수급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0.37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는 0.50퍼센트 상승하고 있으며 코오롱티슈진 1.54퍼센트, 삼천당제약 1.18퍼센트, 보로노이 1.28퍼센트 등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모멘텀과 파이프라인 기대가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통화정책 완화 기대와 원화 강세가 뚜렷해졌음에도 국내 증시가 업종·종목별로 성과가 갈리는 차별화 장세를 이어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섹터별 수급 동향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연준의 금리 결정과 환율 방향이 국내 증시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