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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먹방 검증 논쟁…유튜버 사태, 플랫폼 신뢰도 흔든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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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 영상 편집과 알고리즘 추천이 결합한 온라인 먹방 생태계에서 진정성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구독자 85만 명 규모의 먹방 크리에이터 토기모치가 촬영 도중 음식을 뱉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시청자 신뢰에 기초한 먹방 포맷이 기술·수익 구조와 충돌하는 양상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수익 모델이 과도한 먹방 경쟁을 부추기고, 고도화된 편집 기술과 조회수 중심 알고리즘이 시청자 검증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논란은 토기모치가 최근 게시한 핫도그 먹방 영상에서 비롯됐다. 문제의 영상에는 네 번째 핫도그를 먹는 과정에서 음식을 삼키지 않고 뱉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됐다. 해당 영상은 업로드 직후 삭제됐지만, 캡처 이미지와 짧은 영상 클립이 글로벌 소셜미디어와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진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동일 콘텐츠의 일부 장면을 삭제한 편집본이 채널에 다시 올라왔지만, 일본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수년간의 콘텐츠 신뢰가 흔들렸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시청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먹방 포맷의 기본 전제다. 먹방은 실제 섭취 행위와 그 과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핵심 장치로 삼아 왔다. 고해상도 촬영·근접 마이크·세밀한 편집 등 영상 기술은 이 경험을 극대화해 왔지만, 동시에 연출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이 “예전 영상에서도 삼키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영상 기술의 고도화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실제로 대용량·고열량 음식을 모두 섭취하거나, 편집과 장면 전환을 활용해 ‘섭취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촬영 시간 단축을 위한 컷 편집, 여러 번 나눠 먹은 장면을 한 번에 이어 붙이는 점프 컷, 음향 보정을 통한咀嚼 음 과장 등은 이미 일반화된 기법이다. 다만 이번 논란처럼 삼키지 않는 장면이 직접 노출될 경우, 연출과 기만의 경계에 대한 시청자 인식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 구조도 영향을 준다. 유튜브를 비롯한 대형 동영상 플랫폼은 시청 지속시간과 재시청률을 핵심 지표로 삼아 추천 순위를 정한다. 많은 양의 음식, 짧은 시간, 극단적인 메뉴 구성이 높은 시청률을 유도하면서, 크리에이터가 점점 더 자극적인 기획과 과대 섭취 콘셉트로 밀려나는 구조가 형성돼 왔다. 업계에서는 “알고리즘이 건강한 섭취보다 과잉 섭취 서사를 보상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연출과 과장이 시스템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점의 우려도 쌓이고 있다. 대용량 섭취 콘셉트는 고열량, 고지방, 고당 음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의 건강 행동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리한 촬영으로 인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 있다”는 의견과 “그렇다면 최소한 연출이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재게시된 영상에서 토기모치의 안색과 피로감을 언급하며 ‘건강을 고려한 촬영 방식 전환’을 요구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이미 먹방과 건강, 알고리즘 구조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고열량 음식 노출을 제한하는 자율 가이드라인이 확대되고 있고,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는 섭식장애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콘텐츠에 경고 문구를 붙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만 유튜브처럼 전 세계에 개방된 대형 플랫폼에서는 국가별 규제와 창작의 자유, 표현 형식의 자율성 사이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개인 크리에이터 이슈가 아니라, 기술 환경과 수익 구조가 결합된 플랫폼 생태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영상 편집과 합성 기술이 더 정교해질수록 ‘실제 섭취’와 ‘연출된 섭취’를 기술적으로 구분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디지털 미디어 연구자들은 “시청자에게 건강과 연출 여부를 명확히 고지하는 자율 규범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반복된 논쟁 속에서 먹방 장르 전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토기모치 측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일본과 한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먹방 포맷에 대한 자율 기준과 플랫폼 책임을 요구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시청자 사이에서 어떤 수준의 연출과 정보 공개를 허용할지에 따라 향후 먹방 시장의 성장 방향과 신뢰 회복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T 기반 영상 생태계가 건강성과 진정성을 함께 담보할 수 있을지, 플랫폼의 다음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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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모치#유튜브#먹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