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남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신정훈, 전남지사 출마 선언하며 김영록 정면 겨냥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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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첫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전남지사를 둘러싼 계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현직 지사와 여권 전체를 겨냥한 공세적 메시지로 판을 흔들면서, 전남 정가가 조기 경선 정국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8일 오후 전남도의회 초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신 의원은 "이재명의 약속으로 다시 희망의 새 길을 내겠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전남에서 실천할 적임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선언 문구에서부터 "이재명의 약속, 우리 편 신정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 의원은 우선 전남의 인구와 경제 지표를 근거로 현 도정 심판론을 제기했다. 그는 "전남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8년 전 취임한 김영록 지사는 인구 200만 시대를 만들겠다고 장담했으나 5년간 전남을 떠난 청년만 무려 6만2천명, 전남의 소멸지수는 0.3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벼랑 끝 위험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남의 경제성장률은 -1.9%로 전국 17위, 사실상 꼴찌였다"며 "8년 동안 100조원의 예산을 집행하고도 도민의 삶도, 전남의 경제도, 쓰러지는 민생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의 대표 공약이었던 인구 200만 시대 구상이 통계 지표에서 설득력을 잃었다는 취지다.  

 

그는 지역 내부 갈등을 자극하는 정치 행태도 도마에 올렸다. 신 의원은 "동·서부 갈라치기로 이득을 보겠다는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동부권 소외론을 내세워 온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을 겨냥했다. 특정 권역의 민심만 자극하는 구도가 전남 전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도 단위 통합 리더십을 자신이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신 의원은 대안 구상으로 네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도민이 주인 되는 도민 주권 정부를 만들겠다"며 지방 행정 전반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량안보를 지키는 대한민국 식량 본부 전남을 구축하겠다"며 농업과 농촌을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 육성하겠다고 했다. 생활 여건과 관련해서는 "생활비가 싼 전남을 실현해 수도권과 경쟁하겠다"고 말했고, 산업 구조에 대해서도 "전통과 혁신 두 날개로 비상하는 전남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공약도 윤곽을 드러냈다. 신 의원은 전남형 기본소득 추진을 약속하며 "소멸 위기에 놓인 군 단위 지역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통 부문에서는 무상 대중교통 실현을 제시했다. 그는 "교통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곧 전남에서 살아도 된다는 신호"라며 광역 교통망과 연계한 요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철강·석유화학 산업 선제 지원을 내걸고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 기반 전략도 언급했다. 신 의원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하는 RE100 산업단지를 묶은 전남 발전 3대 패키지를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 전남이 뒤처지면 안 된다"며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이 찾는 RE100 전용 산업단지를 적극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시 한 번 김영록 지사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신 의원은 "지난 6월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의 첫 타운홀 미팅을 기억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판을 깔아주고 먹고 살 길을 물었지만, 구체적 실행계획 하나 내놓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실적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표가 겁나서 이슈를 피해 가는 도지사는 이제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지사가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지원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민감한 현안을 두고 책임 있는 결단을 피했다는 비판이다.  

 

신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전남지사 경선 구도는 현직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김영록 지사, 동부권 결집을 강조하는 주철현 의원, 이재명 대통령과의 국정 연대를 전면에 내거는 신정훈 의원의 삼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에서는 "전남에서조차 이재명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호남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과, "검증된 인물과 안정적 도정 운영이 우선"이라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전남지사 선거 결과가 향후 호남 민심 향배와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의원이 내세운 전남형 기본소득과 무상 대중교통, RE100 산업단지 등 공약이 당내 정책 논의로 확장될 경우, 지방선거를 넘어 차기 총선과 대선 공약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공천 규칙과 경선 일정 등을 확정한 뒤 전남지사를 비롯한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남도의회와 지역 정가는 각 예비 주자들의 정책 경쟁과 도민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다음 지방선거 국면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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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김영록#주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