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계정 설정 거래 7900% 폭증”…리플 XRP 레저, 기관 진입 신호냐 기술 오류냐 논란 확산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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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지난달 23일, 리플 XRP 레저(XRPL) 네트워크에서 계정 설정 트랜잭션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는 현상이 포착됐다. 이번 움직임은 가상자산 시장과 온체인 분석 커뮤니티에 즉각적인 파장을 낳으며, 대형 기관의 진입 신호인지 단순 기술적 해프닝인지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XRPL에서 처리된 AccountSet(계정 설정) 트랜잭션은 일일 기준 4만 121건에 달했다. 통상 하루 200∼700건 수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약 7924% 증가한 수치다. 12월 1일에도 약 1만 5000건이 기록되며 평소를 크게 상회하는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이례적 급증 현상은 XRPL dUNL 검증인인 ‘Vet’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리플 XRP 레저, 계정 설정 트랜잭션 7900% 급증…배후 분분
리플 XRP 레저, 계정 설정 트랜잭션 7900% 급증…배후 분분

AccountSet 트랜잭션은 XRPL 계정 소유자가 계정 관련 설정을 수정하는 데 사용하는 기능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계정 플래그 변경, 도메인 추가, 보안 키 업데이트 등 세부 정보를 바꾸는 작업에 활용된다. 단순 송금이 아닌 설정 변경에 특화된 유형이어서, 특정 시기에 이 거래가 집중될 경우 배후 동기를 둘러싼 해석이 뒤따르곤 한다.

 

이번과 유사한 패턴은 지난 11월 초에도 관측됐다. 당시에도 AccountSet 거래가 단기간 크게 뛰어올랐고,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를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BitGo)의 내부 인프라 작업과 연계해 보는 추정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급증 역시 대형 기관의 새로운 서비스 준비나 시스템 테스트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급증의 배경을 둘러싸고 가장 눈에 띄는 해석은 대형 기관의 인프라 구축설이다. 커스터디 업체, 중앙화 거래소, 혹은 금융 기관 등이 향후 XRPL 기반 서비스를 위해 대규모 지갑을 사전 생성하면서 AccountSet 거래가 폭증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여러 사용자를 관리해야 하는 기관이 계정 보안 설정과 태그, 도메인 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AccountSet 수치가 급등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이번 현상을 잠재적인 기관 수요 확대의 선행 지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에미넌스(Eminence) CTO 다니엘 켈러(Daniel Keller)는 XRPL의 구조를 감안하면 기관이 굳이 수만 개의 계정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XRPL이 제공하는 데스티네이션 태그 기능을 활용하면 기업이 단일 계정 내에서 사용자별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개별 계정 생성은 비효율적인 설계라고 강조했다. 켈러는 XRPL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주체가 잘못된 방식으로 계정을 생성하거나 설정을 반복 적용하는 과정에서 계정 설정 거래가 폭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기술적 오류나 자동화 스크립트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일부 커뮤니티 구성원은 이전에 비트고 활동으로 추정됐던 급증 사례처럼, 잘못 설계된 봇이나 스크립트가 동일한 작업을 수차례 반복 실행하면서 계정 설정 거래량을 부풀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정 보안 키를 순환 갱신하거나 플래그를 반복 변경하는 등의 비효율적 작업이 자동화되면, 온체인 지표상으로는 대규모 활동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현상이 리플 XRP의 유동성이나 가격 형성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거래소 현물·파생상품 시장에서 즉각적인 가격 급등락이 유발되지는 않았고, 유동성 지표 역시 단기적인 기술 요인 외에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제 가상자산 매체들도 대체로 “이상 징후”로 주목하되, 특정 기관의 대규모 진입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원인 분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외신 보도와 커뮤니티 반응을 종합해 보면, AccountSet 트랜잭션 급증을 곧바로 시장 구조 변화나 기관 자본 유입의 증거로 연결시키기에는 아직 정보가 제한적이다. 에미넌스 CTO의 지적처럼 XRPL의 기술적 효율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 개별 계정 생성은 일반적인 기관 전략과 거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시에, 복수의 기관 또는 서비스 제공자가 각자 인프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AccountSet이 집중됐을 수 있다는 보다 완화된 해석도 제시된다.

 

현재로서는 거래 급증의 주체와 목적이 공개된 바 없어, 대형 기관의 준비 작업인지, XRPL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비효율 운영인지, 혹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향후 추가적인 온체인 데이터 분석과 관계자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번 계정 설정 트랜잭션 급증을 과도하게 해석하기보다는 추세 변화 여부와 재발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제사회와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움직임이 XRPL 생태계와 리플 XRP 활용도에 어떤 중장기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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