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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최소화 필요"…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국힘 벌금형 항소 포기 파장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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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충돌을 둘러싼 검찰과 국회의 대립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에게 내려진 벌금형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여야는 또 다른 정치적 충돌 지점을 맞이했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맞물려 검찰 판단의 형평성과 정치적 파장이 도마에 올랐다.

 

대검찰청은 27일 오후 4시 25분께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이른바 패스트트랙 관련 자유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등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 전원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심 선고가 내려진 지 일주일, 항소 시한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대검찰청은 먼저 범죄의 성격이 가볍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문을 인용하며 피고인들의 행위가 폭력 등 불법적 수단으로 입법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죄책도 가볍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일부 피고인에게 선고된 형이 검찰 구형 대비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항소 포기 배경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범행 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는 점, 둘째, 피고인들의 범행 동기가 사적 이익 추구에 있지는 않았다는 점, 셋째,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6년에 이르는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 점이다. 검찰은 이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는 지난 20일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벌이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비화된 데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2천만원과 국회법 위반 400만원을 합한 벌금 2천4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각각 1천500만원과 400만원을 합친 1천9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현역 의원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수공무집행방해 1천만원과 국회법 위반 150만원 등 총 1천150만원, 이철규 의원은 각각 400만원과 150만원을 합한 5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현역 의원 6명 전원이 의원직 상실 기준을 피했다.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500만원 이상,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검찰 항소 포기로 현역 의원들의 거취는 사실상 안정됐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에는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소 여부와 무관하게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은 모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일부 피고인의 항소로 2심 재판은 이어진다. 오후 6시 현재까지 김성태 전 의원, 곽상도 전 의원, 김선동 전 의원 등 3명이 항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당시 행동의 정당성과 법적 책임 범위를 끝까지 따져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즉각 반응했다.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정치권에서 평가하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사건까지 항소를 포기하자, 여야의 시선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앞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사건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예고하면서 검찰의 판단을 압박해 왔다. 항소 포기 결정이 내려지자 여권 내부에서는 대장동 사건과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항소 포기 방침이 알려진 뒤 대검찰청 예규를 위반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일부 피고인에게 선고된 벌금형이 구형보다 현저히 낮은데도 항소하지 않은 것은 정치권력과의 이해가 얽힌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검찰 내부 기준과의 충돌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검찰청 예규에 따르면 형종이 무기, 유기, 벌금으로 달라지는 경우나, 형종은 같지만 선고형량이 구형량의 2분의 1 미만인 경우 등에는 항소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검찰은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징역 10개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 등 이철규 의원을 제외한 현직 의원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벌금형만을 선고하면서 예규상 항소 대상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명시적으로 예규 위반 여부에 대한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유죄 인정 범위와 공익적 고려,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 등을 들어 종합 판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형량 불복보다는 사건 종결에 무게를 두면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항소 포기가 당장의 정치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회의 물리력 행사 관행에 대한 경고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대로 또 다른 시각에서는 법원이 이미 유죄 판단을 내린 만큼 실형 여부를 둘러싼 공방을 더 끌고 가는 것이 국민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 2심에서 일부 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만 다뤄지게 되면서, 향후 법원의 판단이 국회 내 물리력 행사에 대한 기준과 관행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국회 선진화 제도 보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검찰은 정치적 쟁점 사건에 대한 수사와 항소 기준을 두고 한층 더 치열한 검증에 직면할 전망이다.

송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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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민의힘#패스트트랙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