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3623만 중 IPTV만 성장…플랫폼 대전환 신호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 미디어 소비가 확산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무게추가 IPTV로 이동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는 줄었지만, 인터넷 기반 쌍방향 서비스를 앞세운 IPTV는 가입자를 늘리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이탈 수요를 흡수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이 통신 3사의 결합상품과 구독형 콘텐츠 전략이 맞물린 구조 전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4일 2025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을 확정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을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3622만610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하반기 3636만4646명과 비교해 13만8546명 줄어든 수치다.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는 2024년 상반기 처음 감소한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통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각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무 조사를 실시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민간위원 전문심의회에서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시장 데이터를 검증하는 구조로, 유료방송 산업 정책과 규제 설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플랫폼별로 보면 IPTV의 성장과 유선·위성의 쇠퇴가 뚜렷하다. 올 상반기 IPTV 가입자는 2141만4521명으로 전체의 59.11퍼센트를 차지했다. 작년 하반기 대비 10만4270명 증가했다. 반면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는 1209만1056명, 위성방송은 272만523명으로 각각 33.38퍼센트, 7.51퍼센트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종합유선방송은 18만2044명, 위성방송은 6만772명 가입자가 줄었다. 특히 이번 통계는 IPTV가 전체 시장의 10명 중 6명을 확보할 정도로 비중을 키우며 전통 유료방송 플랫폼의 입지 약화를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구조 측면에서 IPTV는 인터넷망을 활용해 콘텐츠를 패킷 단위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주문형 비디오, 타임시프트, 맞춤형 추천 등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종합유선방송과 위성방송은 방송 중심 일방향 송출 구조가 핵심으로, 부가 서비스 구현과 품질 제어에서 IPTV보다 제약이 크다. 초고속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한 무선·다단 디바이스 시청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구조적 차이가 가입자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자별 경쟁 구도도 IPTV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는 KT가 902만8900명으로 24.92퍼센트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유지했다. SK브로드밴드 IPTV는 676만8835명으로 18.68퍼센트, LG유플러스는 561만6786명으로 15.50퍼센트였다. 케이블과 위성 부문에서는 LG헬로비전이 343만5058명으로 9.48퍼센트, SK브로드밴드 종합유선방송이 278만5114명으로 7.69퍼센트 수준에 머물렀다. 통신 3사가 IPTV와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을 묶은 결합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독립 케이블과 위성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과 마케팅에서 상대적 열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미국와 유럽에서는 이미 케이블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의 이탈 현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자체가 줄고, 넷플릭스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심의 구독 다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통신 3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제휴와 자체 콘텐츠 강화 전략을 병행하며 IPTV를 유료방송과 인터넷, 모바일을 잇는 핵심 기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케이블과 위성의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지역 채널 구조와 전송망 규제 등 방송정책 전체를 재정비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의 가입자 감소가 단기적인 수치 변화가 아니라 미디어 소비 방식의 구조적 전환을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간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통신사가 네트워크 품질과 구독 묶음 상품, 자체 플랫폼을 통해 얼마나 이용자를 락인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상반기 통계를 계기로 IPTV 중심 수렴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전통 케이블과 위성 사업자가 어떤 차별화 전략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