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권 포기 후 해군 입대한 이재용 장남, 학사사관 임관식서 기수 대표 맡는다
재계 1위 삼성 오너 일가의 장남과 군이 만나는 지점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지호 씨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한 데 이어, 학사사관 임관식에서 기수 대표를 맡게 되면서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재벌 3세의 병역 이행 모습이 향후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해군은 25일 이지호 씨가 오는 28일 경상남도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해군 학사사관후보생 139기 임관식에서 기수 대표로 제병을 지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사사관후보생 139기는 이 씨를 포함해 총 84명이며, 이 씨는 이들 후보생 전체를 통솔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군 관계자는 이 씨의 기수 대표 발탁 배경에 대해 "이씨가 훈련 기간 동기들과도 잘 지내고 바르게 생활하며 훈련에도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군 내부 기준에 따라 훈련 태도, 동기와의 관계, 생활기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표를 선정했다는 취지다.
2000년 미국에서 태어난 이 씨는 그동안 한국과 미국 복수 국적을 보유해 왔다. 그러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며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고, 지난 9월 15일 해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입대했다. 재벌가 후계 구도와 맞물려 병역 이행 방식이 도마에 오르곤 했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정통 장교 코스를 택한 셈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지호 씨는 11주간의 교육 훈련을 마치고 오는 28일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 통역 장교로 복무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훈련기간을 포함한 총 군 복무 기간은 임관 후 의무복무기간 36개월을 합쳐 39개월이다. 통역 장교는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국제 연합훈련, 군사 외교 지원, 한미동맹 관련 협력 업무를 수행하는 보직으로, 군 내 대외 협력 창구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이재용 회장도 아들 임관식 참석을 위해 해군 측에 참석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사관후보생 입영식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장교 임관이라는 상징적 행사에는 직접 자리해 아들의 장교 생활 시작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여권과 야권에선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서는 재계 수장의 자녀가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 장교로 복무하는 행보를 두고 병역 의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재벌가 이미지 관리 전략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병역 비리나 편법 논란이 반복돼 온 만큼, 향후 정치권 인사들의 자녀 병역 문제와 비교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군은 우선 학사사관후보생 139기 임관식을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이후 이들이 실무 부대에 배치돼 전력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치권과 재계는 이지호 소위의 군 복무 과정과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재벌 3세 세대의 책임성과 공적 역할을 둘러싼 논의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