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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앞에 멈춰 서다”…연천, 걷기 좋은 계절이 남긴 고요와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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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앞에 멈춰 서다”…연천, 걷기 좋은 계절이 남긴 고요와 쉼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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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천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멀고 낮선 여행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숨 고르기 좋은 ‘걷는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 맑은 가을날, 걷기 좋은 온도가 가득한 자연 속에서 연천의 비경이 깊은 휴식을 선물한다.

 

연천군 연천읍에 있는 재인폭포는 현무암 주상절리가 이뤄낸 독특한 층위와 에메랄드 소로 여행객의 시선을 붙든다. 폭포 아래 드리운 햇살, 바닥을 모를 만큼 깊었다는 전설, 그리고 사방을 감싼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그곳을 더 신비롭게 만든다.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까지 고요해지는 기분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연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연천

이런 변화는 계절이 주는 선물만은 아니다. 지역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연천군 주요 자연 명소 방문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9월 한 달, 가족 단위 여행자와 사진 동호회, 혼자만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계절의 경계마다 이곳을 찾는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올해는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 덕분에 가을 나들이 문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고구려의 옛 대지인 호로고루에서는 느린 산책이 주는 시간의 여유를 만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성곽길에 접어들면, 억새가 스치는 바람과 임진강 물빛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산책객은 “해 질 녘에 노을이 내린 강가를 걷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 이야기 속을 헤매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했다.

 

연천 중면 임진강 댑싸리공원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을 품고 있다. 이맘때면 초록빛 댑싸리 군락이 붉게 물들어 산책로를 따라 활짝 흐드러진다. SNS에는 “가을빛이 내려앉은 댑싸리 군락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강변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계절이 오롯이 다가오는 기분”이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의 본질이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삶에 필요한 온도와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한국관광연구원 관계자는 “넓은 자연에서 사색하거나 천천히 걷는 경험은 일상을 리셋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연천의 산책길은 특별하지 않아 더 편안하다. 소란하지 않은 폭포 소리, 성곽길에 깃든 바람, 붉게 물든 강변.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걷는 방향을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조금 더 부드러운 리듬을 품는다. 연천의 계절, 그 고요와 쉼에 머물고 싶은 날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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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재인폭포#호로고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