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핫팬츠 넘긴 두 번째 청춘”…인간극장 옥천 할머니의 반전→늦게 피어난 삶, 가족이 눈물로 지켜보다
살가운 인사와 복숭아 향에 젖은 하루, ‘인간극장’ 카메라는 김선옥이 열어 가는 이른 아침 풍경을 찬찬히 담았다. 쉰 살에 손주 셋을 둔 김선옥은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고 미용실 문을 힘차게 열며, 평범하지만 특별한 두 번째 청춘을 살아간다. 오래된 마을 골목을 가득 메운 웃음과 손끝의 온기가 조용히 이어지는 가운데, 가족과 이웃의 매 순간이 선옥의 내일을 비춘다.
동네 미용실은 더위도 소문도 스며드는 작은 사랑방이다. 손님들은 젊은 미소로 반기는 김선옥에게 근심을 내려놓으며, ‘벌써 할머니냐’는 농담에 깔깔 웃는다. 어느새 익숙해진 할머니란 이름도 더는 어색하지 않다는 듯, 선옥은 담담히 웃으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옆자리에 앉은 손님들 사이에서 선옥은 일상을 지탱하는 따스한 기둥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 김영섭 역시 조심스럽게 마음의 문을 연다. 한때는 스스로 밥 한 끼도 준비하지 못했던 영섭도, 이제는 자상한 손길로 쌀을 씻고 아내 생일을 챙긴다. 결혼이라는 먼 여행 끝에, 부부는 오롯이 서로를 기대며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한다. 한편, 야심한 밤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선옥을 바라보는 영섭의 장난스런 심술도, 지난 세월 쌓인 신뢰와 친밀로 녹아든다.
맏딸 김혜은은 자신의 엄마가 언제나 열정으로 빛난다고 전한다. 삼 남매를 묵묵하게 키워온 시간을 함께한 만큼, “지금처럼 일이 즐거운 엄마가 가장 좋아 보인다”고 고백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혜은의 눈에 비치는 김선옥은 여전히 단단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다.
미용실 원장이자 지역 미용협회 구역장으로 활약하는 김선옥은 가정과 일,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오래 미뤄둔 채 살아왔지만 쉰의 문턱에 와서야 비로소 ‘여자 김선옥’으로 피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를 천천히 가꿔 가는 선옥의 오늘은 삶의 한 복판에서 가장 짙은 향을 드러낸다.
복숭아 주문이 쇄도하는 계절엔 자매들끼리의 만남 속에 어린 추억을 꺼내 놓고, 50번째 생일파티에선 가족들에게 처음 받은 편지에 눈물짓는다. 한 해를 오롯이 보내고 다시 새 계절을 맞이하는 과정 속에서, 선옥은 남편의 눈치를 보며 장난스럽게 ‘사고를 쳤다’며 밝게 웃는다.
햇살 가득한 아침에 미용실 문을 여는 손끝, 가족의 응원과 이웃의 따스함이 모여 선옥의 오늘을 완성한다. 옥천 할머니 김선옥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따라가며, ‘인간극장’은 인생의 늦은 계절에도 희망과 위로가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잔잔히 전한다. ‘인간극장–피어라 선옥’은 9월 8일부터 9월 12일까지 평일 아침 7시 50분에 시청자를 찾아가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