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기소 파장”…의료계, 필수 인력 멸종 우려 확산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으로 산부인과 의사 2명이 형사기소된 가운데, 의료계가 필수의료 붕괴를 경고하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진의 선의와 한계를 구분하지 않는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고위험 산모 진료 인력의 급격한 감소와 전체 의료현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업계는 최근 분만사고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의료 형사책임 분기점’으로 지목하며, 형사처벌이 현장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아기 출생 후 뇌성마비 진단을 둘러싼 불구속 기소가 산부인과 전문 인력 양성과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이 확인됐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진이 환자 생명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 상황에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필수 진료 분야에 심각한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에서는 “현 구조하에 대한민국에서 분만 진료 자체가 지속불가하다”는 위기의식이 급격히 확산 중이다.

의료과실 관련 형사책임 논란은 의료현장 특유의 예측불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주요 의료 인력이 법적 처벌 위험을 상시 감수해야만 하는 구조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직 비중이 높은 산부인과,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야에서는 신규 진입과 인력 유지 모두에 부정적 신호가 퍼지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무혐의 결론을 받았으나, 검찰이 재차 기소를 결정해 형사 재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의협은 일정 요건 충족 시 형사책임 면제·경감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은 의료계 내에서도 광범위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의학적 판단과 무관한 무리한 형사기소가 필수의료종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처사”라고 반발했으며, 교수진의 위축은 고위험 산모 진료 체계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해당 산부인과 의사는 전공의 신분이었으며, 민사 판결에 이어 형사재판이라는 이중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일본·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의료사고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면책 또는 의료분쟁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논의가 제도화 단계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업계는 국회, 정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통해 피해자 지원과 의료 인력 보호를 균형있게 마련하는 방안을 찾자고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사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의료환경에서는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가 도입돼야 산업 및 공공의료 인프라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이번 형사기소가 실제 시장에 미칠 법적·제도적 여파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