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플루언서 골프복 논란”…골프장도 콘텐츠 무대 된다
SNS 기반 골프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골프장의 드레스코드와 디지털 시대의 표현 방식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여성 골프 인플루언서의 복장을 둘러싼 논쟁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증폭되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스포츠 문화와 규범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로 번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 주도의 아마추어 골프 콘텐츠 확산을 골프 산업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보면서도, 물리적 공간인 골프장과 온라인 공간의 규칙이 충돌하는 지점이 향후 플랫폼 시대 스포츠 산업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더스펀에 따르면 28일 현지 시간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골프 콘텐츠 제작자 블론디골프가 올린 한 게시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영상에는 그녀가 흰색 골프 의상을 착용한 채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시도하는 장면이 담겼고, 게시 후 댓글이 1000개를 넘기며 순식간에 온라인 상에서 확산됐다. 이용자들은 노출 수위와 골프장이라는 장소성,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계정 운영 방식 등을 놓고 첨예하게 의견을 갈랐다.

쟁점은 복장과 드레스코드 해석에 맞춰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골프장이 가족 단위 이용객과 어린이도 찾는 공공적 성격의 레저 공간인 만큼 복장에 일정 수준의 보수적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골프장은 칼라 셔츠, 무릎 길이 이상의 하의, 운동화나 골프화 등 비교적 엄격한 복장 규범을 적용해 왔고, 이러한 규범을 스포츠의 ‘격’을 지키는 장치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반면 다른 이용자들은 해당 복장이 공식적인 드레스코드를 명시적으로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과도한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문제의 골프장이 복장과 관련해 제재를 가했거나 퇴장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고, 영상 속 환경도 일반 골프장 규정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들은 불쾌감을 느끼는 개인이 콘텐츠 소비를 중단하거나 차단 기능을 활용하면 될 문제라며, 특정 복장을 여론으로 제재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 선택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의 논쟁은 단순한 패션 논란을 넘어 인플루언서 비즈니스 모델과 플랫폼 알고리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더스펀 보도에 따르면 블론디골프는 최근 골프 전용 계정을 새로 개설해 짧은 기간에 게시물 수를 늘리며 노출 빈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로 약 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또 다른 계정에서는 비키니나 수영복 등 화보 성격의 사진을 다수 게시해 왔고, 유료 구독 기반 플랫폼에서 모델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 이미지와 분리된 골프 특화 계정을 통해 새로운 광고·협찬 수익원과 팬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술의 영향력도 부각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는 이용자 반응, 체류 시간, 재공유 횟수 등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해 ‘자극적인 이미지’나 ‘논쟁을 부르는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스포츠나 헬스케어 콘텐츠를 기술적 정보나 경기력 향상 중심이 아니라, 이미지와 소비 성향 중심으로 재편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골프 스윙 자세, 용품 리뷰 같은 전통적인 정보형 콘텐츠보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숏폼 영상이 더 높은 도달률을 기록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인플루언서들이 한층 시각적이고 연출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골프 산업 측면에서도 SNS 기반 아마추어 콘텐츠는 양면성을 갖는다. 한편으로는 젊은 층 유입과 여성 골퍼 증가에 기여하며, 골프를 중장년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스포츠에서 라이프스타일 스포츠로 넓히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골프장 예약 앱, 스윙 분석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된 데이터 기반 골프 서비스가 늘면서 골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하는 추세다.
그러나 골프장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의 규범과 SNS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온라인 주목 경제가 충돌할 때, 어느 쪽의 기준을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각 골프장이 마련한 자체 복장 규정은 대체로 모호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고, ‘단정함’ ‘품위 유지’와 같은 개념은 문화권과 세대, 성별에 따라 해석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난제다.
더스펀은 최근 몇 년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아마추어 골프 콘텐츠가 급상승 곡선을 그리며, 실력뿐 아니라 연출과 이미지까지 동시에 소비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골프장 복장과 표현 자유,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수익 모델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반복될 여지가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미디어 연구자들은 스포츠 산업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규범 설정의 주체가 전통적인 협회나 경기단체에서 소셜미디어 기업과 인플루언서로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골프 업계에서 드레스코드를 둘러싼 기준이 점차 흐려지는 현상도 이런 전환의 초기 신호로 읽힌다. 결국 골프장이라는 오프라인 규칙과 SNS 알고리즘이 이끄는 온라인 주목 경쟁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따라, 향후 골프 콘텐츠 생태계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는 이번과 같은 논란이 단발성 이슈에 그칠지, 아니면 스포츠와 플랫폼 산업이 공유해야 할 새로운 규범 논의를 촉발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