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00억 들인 야간 산불 헬기 무용지물”…정희용, 산림청 조종사 미배치 지적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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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산불 대응 역량을 둘러싼 비판이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과 산림청 간의 충돌로 이어졌다. 산림청이 1천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대형 야간 산불 진화헬기를 도입했으나, 정작 조종사 부재로 한 번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산불 진화헬기 운용 실태를 공개했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대로, 이 중 야간 운용이 가능한 헬기는 수리온 3대와 미국 에릭슨사의 S-64 대형 산불 진화헬기 4대를 포함해 모두 7대다. S-64는 1대당 담수량 8천리터를 자랑하며, 가격이 2천만 달러를 넘어선다.

산림청은 2018년부터 약 1천220억원(8천563만 달러) 예산을 투입해 S-64 4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왔다. 그러나 S-64 기종의 야간 비행 자격을 갖춘 조종사가 한 명도 없어, 헬기는 실전 야간 산불 진화에 단 한 차례도 투입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올해 조종사를 양성해 2025년 2월부터 S-64 야간 운용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헬기 도입 7년 만의 조종사 확보라는 점에서 준비 지연 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4월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 대형 산불 당시에도 담수량 2천리터 급 수리온 헬기 2대만 야간 진화에 투입됐고, S-64의 대형 화력은 활용되지 못했다. 수리온의 용량은 S-64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정희용 의원은 “산림청은 S-64가 내년 봄철에는 야간에도 기동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해 빈틈없는 산불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자격 조종사 부족이 예산 투입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한편 산림청은 “조종사 양성과 안전대책 마련을 병행하겠다”고 대응했다.

 

이날 국회는 산불 재난 대응 시스템의 실효성 논란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부와 정치권은 내년 산불 위험 시기를 앞두고 대형 진화헬기 실전 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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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산림청#산불진화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