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안전장치 사고 20% 억제”…고령운전자 차량, 보급 정체→맞춤 지원 시급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 등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한 승용차가 그렇지 않은 차량에 비해 탑승자가 부상을 입는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약 20퍼센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첨단 안전장치의 보급률은 운전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눈에 띄게 감소해, 사고 취약 계층인 고령 운전자일수록 보호막이 약해지는 역설적 구조가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까지 포함한 고령층 맞춤형 안전 패키지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며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보험사 유효 계약 961만 건을 대상으로 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 장치를 모두 장착한 차량의 경상 사고율은 7.9퍼센트로 집계됐다. 두 장치를 모두 장착하지 않은 차량의 경상 사고율이 9.6퍼센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18퍼센트 낮은 수치다. 전방 충돌 경고만 장착했을 때 경상 사고율은 8.6퍼센트로 11퍼센트 감소했고, 차선이탈 경고 장치만 장착한 차량의 경상 사고율은 9.0퍼센트로 6퍼센트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 사고율 역시 첨단 안전장치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두 장치를 모두 장착한 차량의 중상 사고율은 0.07퍼센트였고, 장치가 모두 없는 차량은 0.09퍼센트로 산출돼 약 22퍼센트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각 장치를 하나씩만 장착한 경우의 중상 사고율은 0.08퍼센트로, 기준 대비 11퍼센트가량 낮았다. 차량이 전손 처리되는 중대 사고에서도 경향은 비슷했다. 두 장치가 모두 없는 차량의 전손 사고율은 0.28퍼센트였지만, 차선이탈 경고 장치만 장착한 차량은 0.26퍼센트, 전방 충돌 경고 장치만 장착한 차량은 0.23퍼센트, 두 장치를 모두 장착한 차량은 0.22퍼센트로 점진적 감소 양상을 보였다.
연령대별 분석은 첨단 안전장치가 세대 구분 없이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를 동시에 장착한 차량은 전 연령대에서 미장착 차량보다 사고율이 낮게 나타났다. 중상 사고율 감소 폭만 놓고 보면 40대 이상에서 효과가 더 크게 관측됐다. 장치가 없을 때 0.07퍼센트였던 40대 이상 운전자의 중상 사고율은 두 장치를 모두 탑재할 경우 0.05퍼센트로 내려가 29퍼센트 감소율을 기록했다. 2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감소율이 21퍼센트, 60대는 20퍼센트, 30대는 14퍼센트, 50대는 13퍼센트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속도 판단과 반응 시간이 떨어지는 특성이 안전장치 개입 효과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 것으로 해석됐다.
경상 사고율에서는 젊은 층에서 장치 효과가 특히 크게 나타났다. 20대 운전자의 경우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경상 사고율은 17.4퍼센트였으나,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를 모두 장착한 차량에서는 11.8퍼센트로 줄어 약 32퍼센트 감소했다. 30대에서는 25퍼센트, 40대 24퍼센트, 50대 20퍼센트, 60대 15퍼센트 순으로 감소율이 완만해졌으며, 70대 이상에서는 감소율이 3퍼센트에 그쳤다. 보고서는 젊은 운전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주행 빈도와 과속·급차선 변경 같은 위험 행태가 나타나지만, 첨단 안전장치 개입을 통해 경미 사고가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첨단 안전장치 보급률의 연령 역전 현상이다.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 장치를 모두 갖춘 차량 비율은 20대 운전자에서 51.4퍼센트에 달했지만 30대 42퍼센트, 40대 30.9퍼센트, 50대 30.4퍼센트로 점차 낮아졌다. 60대는 26.9퍼센트, 70대 이상은 18.4퍼센트에 머물렀다. 노년층 운전자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사고 위험이 높은 연령대에서 첨단 안전장치 접근성이 가장 낮은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연희 의원실 보고서는 고령층 중심의 장치 장착 보조금, 보험료 할인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통해 보급률을 끌어올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첨단 안전장치 확산 정책을 전면 재점검하면서 고령 운전자에 특화된 추가 대책도 모색 중이다. 특히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이탈 경고에 더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적용할 경우, 주차장·전통시장·골목길 등에서 발생하는 치명적 돌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외 보급 지원 제도를 분석하고 있다.
보험업계 통계는 페달 오조작이 실질적인 고령 운전자 안전 사각지대임을 보여준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페달 오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고의 39.1퍼센트가 61세 이상 운전자에게서 발생했다. 특히 65세 이상은 전체의 25.7퍼센트를 차지해, 일정 연령 이상에서 인지·운동 기능 저하와 발 조작 실수가 누적된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통계로 드러났다. 최근 부천 제일시장 인근에서 화물차가 상가로 돌진해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또한 67세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첨단 안전장치가 교통사고의 양과 질을 동시에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 자동 긴급 제동, 사각지대 경고 등 고급 사양이 기존 경고 위주의 장치와 연동될수록, 사람의 주의력 한계를 기술이 보완하는 구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다만 장치 장착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운전자가 기능을 이해하고 상시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교육과 보험·검사 제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중하위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첨단 안전장치의 사고 감소 효과를 추가로 분석하고,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장치 보급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를 구조적으로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와 보험업계, 정책 당국이 데이터 기반으로 협력할 때, 첨단 안전장치가 비용이 아닌 필수 안전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