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간외 9.92 급락…다원시스, 대통령 사기 발언 직격탄에 공공조달 퇴출 우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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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시스 주가가 정규장에서 상승 마감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10에 육박하는 폭락을 기록하며 투자자 충격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태를 두고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에 가깝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조달 시스템 전면 쇄신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단순 실적 부진을 넘어 공공 조달 시장 퇴출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12일 정규장에서 다원시스는 전일 대비 2.72 오른 3,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동차 납품 재개 기대감과 최근 한 달간 저점 대비 기술적 반등 시도가 겹치며 장중 한때 3,89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3,355원을 기록한 이후 저점을 조금씩 높이던 흐름이었다. 그러나 장 마감 직후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다원시스는 정규장 종가 대비 9.92 급락한 3,405원에 마감해 사실상 하한가 수준으로 밀려났다.

[분석] "정부 상대로 사기" 대통령 질타… 다원시스, 시간외 하한가 추락의 전말 (출처:네이버증권)
[분석] "정부 상대로 사기" 대통령 질타… 다원시스, 시간외 하한가 추락의 전말 (출처:네이버증권)

발단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대통령의 강도 높은 질타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원시스의 상습적인 납품 지연과 선급금 이슈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납기 지연을 정부 기관을 상대로 한 사기에 가깝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쟁사 현대로템이 같은 조건에서 정상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직접 비교하며 조달 시스템 전면 재점검을 주문한 점이 시장에 강한 신호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발언을 단순 지체상금 부과나 계약 조건 조정 수준을 넘어, 향후 정부 발주 사업 입찰 제한, 선급금 회수, 불량업체 지정 등 초강도 제재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공 조달 비중이 높은 다원시스의 사업 구조상 정부 신뢰 상실은 매출 기반 붕괴 위험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공공 기관 중심 수주 구조를 가진 기업에 대해 신뢰 훼손이 발생할 경우, 밸류에이션 재산정 과정에서 장기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이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12일 정규장에서 외국인은 1만 3,468주를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은 12월 4일 약 9만 9,000주, 9일 17만 주를 대거 처분하는 등 비중 축소 흐름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해당 기간 동안 주로 매수 우위를 보이며 물량을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규장 이후 악재가 불거지며, 고점 부근에서 매수에 나선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단기 손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창구별로도 개인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매도 물량이 확인된 가운데, 외국계 자금 이탈이 겹치며 손바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발언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기관·외국인의 보수적 대응이 이어질 경우, 개인에 대한 수급 쏠림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종 업계와의 격차도 다시 부각됐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수출과 고속열차의 안정적 납품 실적을 기반으로 시장 신뢰를 확보하며 외국인 지분율 33.15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다원시스 외국인 보유 비중은 7.57 수준에 머무른다. 시가총액 역시 현대로템의 100분의 1에 그치는 1,442억 원으로 집계된다. 납기 준수 역량과 품질 관리 체계에서 두 회사의 차이가 크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이번 대통령 발언이 양사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더욱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무 구조를 보면 외형상 흑자 전환에도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다원시스는 2022년 1,593억 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2023년 영업이익 193억 원으로 돌아섰다. 2024년 추정 영업이익도 76억 원 수준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2024년 영업이익률은 2.54에 그쳐 수익성이 매우 낮고, 부채비율도 188.01로 높은 수준이다.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과 향후 하자 보수 비용이 추가 반영될 경우, 간신히 유지 중인 흑자 구조가 다시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유보율이 1,118 수준으로 자본 완충력은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단기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지배구조 이슈는 투자 심리를 한층 더 냉각시키는 변수로 꼽힌다. 회사는 전원장치 부문을 분사해 다원파워트론을 설립하고 별도 상장을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알짜 자산을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을 추진하는 구조가 지배주주 이익을 우선한다는 비판이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경영진과의 갈등을 법적 분쟁 단계로 끌고 갔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납품 정상화와 품질 개선보다 지배력 강화와 자회사 상장에 집중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중장기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은 상당 기간 하방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시간외 거래에서의 급락은 통상 다음 거래일 장 초반 갭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11월 25일 기록한 52주 신저가 3,090원 부근이 1차 지지선으로 거론되지만, 대통령 발언과 공공 조달 제재 우려가 겹친 이번 악재의 강도를 감안하면 해당 가격대가 지지를 제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 발주처의 구체적인 제재 수위와 일정, 회사 측의 납품 정상화 로드맵, 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이 시장에 명확히 제시되기 전까지는 주가 하단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주가가 3,000원 선을 하향 돌파할 경우, 손절 매물이 연쇄적으로 출회되는 패닉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시에서는 조달 시스템 개편 방향과 정부 후속 조치에 따라 공공 조달 의존 기업 전반의 리스크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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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시스#이재명대통령#현대로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