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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이 인형이냐”…내란특검, 윤석열 위증 혐의 추가 기소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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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수사를 둘러싸고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면 충돌했다. 내란특검은 국무회의 소집 경위를 둘러싼 법정 증언을 문제 삼으며 윤 전 대통령을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청와대 경호라인과 한국정책방송원 전 원장 등 핵심 인사들도 줄줄이 재판에 넘겼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4일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객관적 사실에 반해 허위로 증언을 한 것과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내란특검은 서울 지역 법원을 관할로 수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날 추가 기소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책임 공방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소집이 사전에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건의에 따라 뒤늦게 이뤄진 것인지 여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하자"고 건의했다는 취지의 특검 측 질문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당시 "국무위원들이 외관을 갖추려고 온 인형도 아니고, 너무 의사가 반영된 질문 아니냐"고 말하며 국무회의가 단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위한 형식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총리의 건의 이전부터 국무회의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 판단은 정반대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국무회의에 6명만 호출했다. 처음부터 국무회의를 개최하려고 했다면 몇 명만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건의로 국무회의를 하게 되면서 당초 오후 10시에 하려고 계획했던 비상계엄 선포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국무회의 사전 계획 여부를 허위로 증언했다고 판단했다.

 

내란특검은 국무회의 소집 경위를 비상계엄의 합법성 여부와 직결된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국무회의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의사결정 절차였는지, 아니면 계엄 선포를 합법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형식적 수단이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위법성을 부인해 왔으며, 향후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청와대 내부 문건 관리와 관련한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사후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박 특검보는 "전날에도 강 전 실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모두 정리했다"며 "사후 문건 작성과 폐기 부분이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비상계엄 관련 보고서와 지시문 등이 실제 작성 시점과 내용에서 왜곡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의 보존·관리 의무가 위반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통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 원장이 법정에 서게 됐다. 특검팀은 이 전 원장이 계엄 선포 이후 한국정책방송원 KTV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자막 중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는 취지의 정치인 발언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행위를 문제 삼았다. 이 전 원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특검보는 "이 전 원장이 자막 삭제를 지시한 것은 12월 4일인데, 이미 계엄이 해제되고 난 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점상 내란 선전 선동 혐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권남용 혐의로만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자막 삭제 지시가 언론기관의 편집권과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 경호라인을 향한 형사 책임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내란특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한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팀의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성훈 전 차장에게는 대통령경호법 위반 혐의도 추가됐다. 특검팀은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된 군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정보를 삭제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왔고,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진술을 토대로 공소를 제기했다. 비화폰은 군 지휘부의 통신 내용이 오가는 보안 통신장비로, 통화 기록 삭제 지시는 수사 단서 인멸 시도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

 

정치권에서는 내란특검의 연이은 기소를 두고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 후속 조치를 둘러싼 책임 규명이 불가피하다며 특검 수사를 지지해 왔다. 반면 보수 진영 일각과 친윤계 인사들은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고 보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위증 혐의 추가 기소는 향후 국회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적절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무회의 소집 경위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진술 신빙성이 위증 혐의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회의 일정, 참석자 호출 과정, 당시 대통령실 내부 보고 라인 등 객관적 자료와 증언이 증거로 제시될 경우,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위증죄가 인정될 경우 향후 다른 계엄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과 청와대·경호·언론 라인 핵심 인사들에 대해 잇달아 기소를 진행하면서, 12·3 비상계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했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드는 가운데, 법원 판단과 정치권 대응에 따라 추가 책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계엄 수사·재판 경과를 지켜보며 향후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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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조은석내란특검#한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