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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구미, 미식과 휴식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다”…산업도시의 새로운 여행법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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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미를 여행지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만 해도 산업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미식과 휴식이 어우러진 새로운 일상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구미의 일상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금오산 자락 아래의 활기찬 풍경이다. 구미 금오랜드에서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며 추억을 쌓고, 겨울엔 사계절 썰매장과 빙상 스케이트가 준비돼 있다. 날이 흐려도 베이커리 카페에 잠시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맛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짧은 휴식과 소소한 즐거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오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금오산

미식 경험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구미역 후문에 자리한 텐동코마츠는 산지직송한 신선한 장어와 바삭한 텐동을 내놓는다.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어텐동, 무항생제 계란, 매일 아침 공수한 채소들은 SNS 사진으로도 자주 공유된다. 밥과 장국, 간장소스의 무제한 리필, 하이볼과 수제 콘샐러드까지, 작은 디테일을 챙기는 모습이 돋보인다. 구미 송정동의 이수제철판왕돈까스 역시 부드러운 숙성 고기와 탱글한 치즈롤, 비법 매콤 소스로 ‘지루하지 않은 돈까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근방 직장인들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한 끼의 진심”을 경험하는 곳이 늘었다.

 

서늘한 가을비가 스미는 날, 인동 골목에 숨어있는 폴이네키친이 따뜻한 불빛으로 이끄는 저녁도 의미 있다. 이곳은 숙성 립아이와 먹물 파스타,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완성한 피자와 다양한 와인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 주방장의 손끝에서 태어난 128번의 개선 레시피와, 대화와 온기가 서린 분위기가 손님을 잡아끈다. 평범한 외식의 순간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뀌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다.

 

옥계동의 하스커피는 구미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300평의 넓은 공간에 커피와 디저트를 넘어, 도자기 공방과 갤러리, 공연장이 합쳐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커피 한 잔 곁들인 예술 체험, 여유로운 대화와 영감이 오가는 곳. “산업의 도시라 생각했는데 구미에서 이런 순간을 누릴 줄 몰랐다”며 뜻밖의 발견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보다, 직접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감상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주말이면 주저 없이 구미로 간다”, “대도시 부럽지 않은 미식과 쉼이 너무 좋다”, “우천에도 구미만의 차분한 분위기가 특별하다”는 반응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미의 새로운 여행법을 지역 문화와 일상, 취향이 어우러진 ‘로컬 리셋’이라 말한다. “과거 구미는 일의 도시였지만, 지금은 일과 쉼, 미식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곳이 됐다”고 트렌드 분석가는 전했다.

 

작고 사소한 선택 같지만, 구미 땅을 밟는 여행자의 취향과 일상의 습관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산업도시로만 머물던 구미가 오늘은 미식과 여유, 그리고 사람 냄새 물씬한 하루를 선물한다.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싶은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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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금오산#텐동코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