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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접는 폰, 수량은 ‘한 줌’”…삼성, 트라이폴드 2차 판매로 폼팩터 시험대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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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접히는 새 폴더블 스마트폰이 하이엔드 모바일 시장 판도를 시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세계 최초로 국내에 선보인 두번 접는 폼팩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초도 물량 완판 이후 17일 2차 판매에 들어가며, 물량 전략과 가격 정책, 수리비 구조를 둘러싼 산업적 파급력에 시선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출시를 폴더블 상위 라인업의 수요 검증이자, 프리미엄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실험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성장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폼팩터가 고가 시장을 재편할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7일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을 포함한 전국 매장에서 갤럭시 Z 트라이폴드 2차 물량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오전 10시부터 판매가 재개됐으며, 2차 공급 규모도 전국 기준 수백대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2일 첫 판매 당시에는 삼성 강남 등 주요 매장에 이른 아침부터 대기 행렬이 형성됐고, 삼성닷컴에서는 판매 시작 약 5분 만에 초도 물량이 소진되며 품절 안내 문구가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도 공급량은 삼성전자가 공식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추산은 7백대 안팎이다. IT 정보유출자 란즈크 등은 전국 주요 매장별로 15대에서 30대 내외의 물량이 배정됐고, 총 초도 물량이 약 7백대 규모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까지 누적 2천5백대에서 5천대 사이, 장기적으로는 약 1만대 수준까지 판매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량 자체가 폴더블 주력 모델과 비교하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 제품을 양산형이 아닌 ‘초프리미엄 실험 모델’로 보는 시각도 강하다.

 

공급량이 적고 실제 구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고 시장에서는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정가 359만400원인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4백만원 안팎에 거래됐으며, 희소성을 노리고 1천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가 이동통신사 연계 없이 자급제 전용으로만 판매하면서 공식 유통 채널이 제한된 점도 중고 프리미엄 형성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한정판에 가까운 폼팩터 실험이 시장의 투기적 수요와 맞물리는 양상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화면을 두번 접는 트라이폴드 구조를 채택했다. 펼쳤을 때 253밀리미터, 약 10형에 해당하는 대화면이 나타나고, 접었을 때는 164.8밀리미터, 약 6.5형 크기의 바 타입 전면 화면을 제공한다. 접은 상태의 두께는 12.9밀리미터, 펼쳤을 때 가장 얇은 부분은 3.9밀리미터로 설계돼 기존 갤럭시 폴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슬림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화면을 세 구역으로 나눠 멀티태스킹 작업에 최적화할 수 있어,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사용성을 겨냥한 구성이 특징이다.

 

트라이폴드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힌지 설계, 패널 접힘 반경, 배선 구조 등에서 기존 폴더블과 다른 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세 구간으로 접히는 만큼 폴리이미드 계열 보호층과 유리 재질, 구부러지는 배선부의 내구성과 피로 수명이 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된다. 특히 접힘 부분이 두곳으로 늘어나면서 주름 최소화와 먼지 유입 방지 등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축적한 폴더블 힌지 기술과 방진 구조를 트라이폴드에 적용하면서, 경쟁사 대비 공정 완성도를 앞세우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도 삼성의 최상위 폴더블 라인업에 맞춰 구성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을 탑재했고, 2억 화소 광각 카메라를 채용해 고해상도 사진과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메모리는 16기가바이트, 저장공간은 512기가바이트 단일 사양으로 제공되며, 색상 역시 크래프티드 블랙 한 종류다. 삼성전자는 제품 사양을 단일화해 초기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량이 적은 실험적 모델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구조도 트라이폴드 폼팩터에 맞춰 재설계됐다.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5천6백밀리암페어시 용량의 배터리가 적용됐고, 세 부분으로 나뉜 패널 각각에 3셀 배터리가 배치됐다. 화면이 커질수록 소비 전력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면적과 사용 패턴에 맞춰 전력을 분산 공급하는 구조다. 최대 45와트 초고속 충전 지원과 결합해, 대화면·멀티태스킹 사용 환경에서도 체감 배터리 수명 저하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장성 측면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 영역을 노리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 대의 기기로 업무용 멀티윈도우, 콘텐츠 소비, 생산성 앱 사용을 모두 커버하려는 수요층을 겨냥했다. 특히 대화면을 활용한 문서 편집, 그래픽 작업, 영상 감상 등에서 태블릿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바 타입 스마트폰처럼 주머니에 넣어 휴대할 수 있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다만 가격이 3백만원 중반대에 형성된 만큼, 초기 수요는 얼리어답터와 하이엔드 비즈니스 사용자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트라이폴드는 폴더블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로 평가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여러 제조사가 다양한 형태의 폴더블과 듀얼 폴딩 콘셉트 제품을 공개하고 있지만, 실제 양산과 글로벌 출시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바와 북 타입 폴더블로 이미 다수의 세대 교체를 거치며 양산 경험을 축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트라이폴드 상용화를 통해 폼팩터 혁신 이미지를 강화하고, 중국 제조사와의 폴더블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본다.

 

정책이나 규제 측면에서는 트라이폴드가 직접적인 규제 이슈를 동반하지는 않지만, 초고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라 소비자 보호와 수리 비용 구조에 대한 논의가 커질 여지는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힌지 등 핵심 부품 교체 비용이 높은 폴더블 특성상, 제조사의 보증 정책과 보험·보장 상품 설계가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규제 기관도 전자제품 수리권과 부품 공급 투명성에 관심을 높이는 추세여서, 향후 고가 폴더블의 서비스 정책이 정책 논의와 맞물릴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삼성케어플러스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수리비에 대한 우려를 키운 동시에, 별도 혜택으로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수리비에 따르면 외부 커버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은 부품 회수에 동의할 경우 13만4천5백원, 회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22만3천5백원으로 기존 폴더블과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약 10형 크기의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 비용은 회수 동의 시 165만7천5백원, 회수 미동의 시 183만4천5백원으로,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부담을 의식해 트라이폴드 구매자에게 디스플레이 파손 시 1회에 한해 수리비의 50퍼센트를 할인하는 특전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사실상 메인 디스플레이 수리 시 최대 90만원 안팎까지 부담을 줄여주는 셈이다. 다만 보험 상품과 달리 수리 횟수가 1회로 제한돼 있고, 삼성케어플러스와 같은 종합 보장 서비스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가 제품 소유자의 리스크 관리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고가 폴더블의 보증 구조가 제조사 수익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통해 삼성전자가 폴더블 시장의 상단을 넓히고, 폼팩터 혁신을 앞세운 브랜드 차별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천대 단위의 제한된 공급과 자급제 판매 구조를 감안할 때, 당장은 대중 시장보다는 기술력 과시와 수익성 높은 틈새 공략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제 사용자 경험과 내구성 검증이 축적될 경우, 향후 세대에서 가격 조정과 물량 확대를 통해 트라이폴드가 폴더블의 또 다른 주류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초고가 트라이폴드가 기술 실험을 넘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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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갤럭시z트라이폴드#폴더블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