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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에 잠시 멈춘 시간”…수원, 전통과 일상이 어우러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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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사이에 잠시 멈춘 시간”…수원, 전통과 일상이 어우러진 하루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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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구름 낀 하늘 아래에서도 이곳만의 다채로움은 옅어지지 않는다. 전통의 기운이 머무는 수원 화성에서부터 골목마다 활기를 품은 통닭거리, 그리고 고요한 쉼을 품은 만석공원까지. 예전엔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라 불리던 수원이, 이제는 일상 속에서 취향을 찾는 이들의 명소로 자리했다.

 

수원 화성 내부 화성행궁은 오늘도 조용히 문을 열었다. 임시 궁궐이었던 이곳엔 정조의 깊은 효심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정이 배어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산책을 즐기는 가족, 잠시 지친 마음을 내려놓는 여행자. 감도는 습기와 낮은 구름마저 이 분위기를 흐릴 순 없어 보였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수원화성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수원화성

서장대에 오르니 활기찬 수원 시내와 성곽 언저리가 한눈에 펼쳐진다. 성벽을 따라 걷는 이들은 스스로를 시대를 건너는 여행자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거리로 나가면 팔달구 통닭거리가 반긴다. 튀김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한끼 식사가 오늘도 계속된다. SNS엔 저마다의 ‘수원 통닭 인증샷’이 올려진다. “여긴 꼭 한번 경험해야지”라는 댓글이 익숙해졌다.

 

만석공원에서는 저수지 풍경을 담은 산책이 인기다. 200년 넘게 도시의 심장처럼 흐른 만석거 저수지와 영화정. 벤치마다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하루를 지나고, 예술 작품과 작은 꽃밭이 이야기를 건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해도 좋다”는 현장 방문객의 소감에도 고요한 만족이 묻어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수원시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화성행궁과 통닭거리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시민 이보영 씨는 “과거에는 일부러 큰 여행을 떠나야 힐링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까운 곳, 익숙한 풍경에서도 충분히 새로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트렌드 전문가 김지현은 “이제 사람들은 경험의 가치에 더욱 집중한다”며 “잘 알려진 여행지라도 나만의 감정을 덧입혀 즐길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수원 통닭거리에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만석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니 꼭 여행 온 기분이었다” 같은 공감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이 도시를 즐기지만, 결국 남는 건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이라는 말들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씨도, 일상의 피로도 수원에서는 잠시 잊을 수 있다. 오늘처럼 구름이 많은 오후, 한 걸음 느리게 걷는 이 도시가 새삼 다정하게 느껴진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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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수원화성#통닭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