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세장 정점 징후 전무”…비트코인, ETF 자금 이탈 속 조정 장기화 우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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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5일,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가 비트코인 강세장 정점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여러 차례 경신한 비트코인 시장의 과열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달러대에서 조정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국(USA) 상장 ETF 자금이 위험자산 회피 흐름을 보이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심리가 재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강세장의 정점을 가늠하는 30개 온체인 및 시장 지표 가운데, 정점 기준선을 넘어선 항목은 25일 현재 단 한 개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합 대시보드 상태는 ‘0/30’으로, 코인글래스가 제시한 ‘정점 인정’ 기준인 15개 활성화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인글래스는 “현재 지표 평균 진행률은 43.84%에 머물러, 과거 과열 국면과 비교하면 여전히 여유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트코인 강세장 정점 경고 ‘0/30’… ETF 자금 흐름은 위험회피 강화
비트코인 강세장 정점 경고 ‘0/30’… ETF 자금 흐름은 위험회피 강화

세부 지표를 보면 일부는 정점 기준치에 근접하고 있다. 단기 보유자 공급 지표는 목표치 30%에 육박한 29.37%를 기록해 진행률 97.90%에 도달했다. 장기 보유자 공급량도 1,409만 개로 정점 기준치 1,350만 개에 근접하며 95.82% 진행률을 나타냈다. 반면 비트코인 점유율은 58.16%로 기준선 65%를 넘지 못했고, 비트코인 트렌드 지표는 기준치 7 중 6.14로 87.72%에 그쳤다. 일부 과열을 가늠하는 AHR999 지표는 5.64를 기록해, 기준선 0.45 이하와는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온체인 신호와 별개로,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에서는 뚜렷한 위험회피 성향이 감지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2,000달러에서 반등해 8만7,8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이달 들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는 35억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하루 전에도 1억5,100만달러가 추가 이탈하면서 월가 기관 자금이 단기 조정 국면에서 노출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체 코인 관련 ETF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더리움(Ethereum) ETF에는 9,700만달러, 솔라나(Solana) ETF에는 5,800만달러가 유입됐으나, 전체 암호화폐 펀드 시장에서는 최근 일주일 동안 19억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집계됐다. 디파이 운용사 왓 익스체인지(What Exchange)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30%가 넘는 조정을 경험하며 변동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매도 압력이 진정되면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 반등의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2021년 강세장 후반과 유사한 패턴이 재현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분석가 머를라인 더 트레이더(Merlijn The Trader)는 8만2,000달러 지지선 테스트 구간에서 “2021년 당시와 비슷한 가격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하락 추세선이 상향 돌파될 경우, 시장이 다시 뚜렷한 상승 기조로 복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알트코인 중에서는 이더리움과 리플 XRP(엑스알피)의 흐름이 돋보였다. 이더리움의 경우 2,790∼2,800달러 구간에서 매수세가 유입되는 한편, 2,820∼2,835달러에서는 두터운 매도벽이 형성되며 양방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콴트(CryptoQuant)의 기여자 아랍 체인(Arab Chain)은 “1만∼10만 개의 이더리움을 보유한 고래 지갑들의 물량이 2,100만 개를 넘어섰다”며 “이들 장기 보유자의 축적이 최근 4.30% 상승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리플 XRP 관련 ETF는 출시 직후 강한 기관 자금 유입을 끌어냈다. 프랭클린 템플턴과 그레이스케일이 선보인 신규 리플 XRP ETF는 상장 첫날 1억6,400만달러 순유입을 기록한 데 이어, 2주 이내 누적 유입액이 6억달러를 돌파했다. 크립토폴리탄(Cryptopolitan)은 “기관 투심 강화가 리플 XRP 가격의 24시간 기준 7% 상승을 이끌었다”고 전하며, 장중 2.25달러까지 상승 후 2.21달러로 소폭 조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은 비트코인 ETF 자금 이탈과 온체인 지표 간 괴리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들은 “온체인 상으론 아직 정점 신호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월가 자금은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며, 통화정책과 거시 변수에 민감한 ETF와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하는 온체인 지표의 시간차를 지적하고 있다. 일부 분석은 “이번 조정이 과열을 진정시키는 건강한 숨고르기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부와 속도가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 시장의 다음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세장 정점 지표가 여전히 ‘0/30’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ETF 자금 흐름과 온체인 데이터 중 어느 쪽이 먼저 방향성을 제시할지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국제사회는 이번 조정 국면 이후 비트코인 시장이 다시 사상 최고가 경신 흐름으로 돌아설지, 더 깊은 조정에 빠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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