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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편집 기술 IPO 흥행…알지노믹스, 코스닥 데뷔 앞두고 주목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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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핵산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알지노믹스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일반청약에서 흥행을 기록하며 국내 바이오 IPO 시장에 온기가 돌아오는 흐름을 보여줬다. RNA 편집 플랫폼을 앞세운 신규 상장이라는 점에서 기술특례 제도의 성과이자, 유전자치료제 패러다임 전환을 둘러싼 투자 수요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RNA 기반 정밀의료와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알지노믹스는 10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결과 경쟁률 1871.43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약 기간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이었으며, 대표 주관사인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을 통해 진행됐다. 일반 배정 물량 51만5000주 모집에 56만7299건이 접수됐고, 총 청약 수량은 9억6378만4140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청약증거금은 10조8425억7157억원으로, 최근 침체된 바이오 공모 시장에서 보기 드문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실시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848.91대 1을 기록하며 흥행한 바 있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2만2500원으로 확정됐다. 국내외 기관들이 고르게 참여한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의 기관이 의무보유 확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상장 후 유통 물량 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플랫폼 기술 기업 특유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불구하고, 파이프라인과 기술 검증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알지노믹스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분야는 RNA 교정 플랫폼이다. RNA 편집 기술은 DNA를 직접 자르는 유전자편집과 달리, 발현 단계에서 리보핵산 염기를 선택적으로 교정해 단백질 기능을 조절하는 접근법으로 설명된다. 유전자 서열을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플랫폼은 특정 염기 교정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비표적 부위에 대한 오프타깃 효과를 줄이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DNA 편집 방식은 표적 정확도와 오프타깃 발생, 삽입결실 등 구조적 변이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RNA 기반 기술은 이런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알지노믹스가 추구하는 RNA 교정 플랫폼은 환자별 변이를 정밀 분석해 특정 질환에서 발현되는 비정상 단백질만 선별적으로 조절하는 전략을 지향해, 정밀의료와 맞춤형 치료에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보된 공모 자금은 RNA 교정 플랫폼 기술 고도화와 핵심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 가속에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는 희귀유전질환과 난치성 질환을 중심으로 후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해외 규제기관과의 협의를 병행해 초기 임상 진입 시점을 앞당기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으로 재무 여력을 확보함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 라이선스 아웃 협상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RNA 기반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메신저 RNA 치료제와 RNA 간섭 치료제, 염기 편집 기술이 상용화 및 후기 임상 단계에 들어섰으며, 플랫폼 기업과 빅파마 간 대형 기술이전 계약도 잇따랐다. 알지노믹스는 국내에서는 드문 RNA 편집 특화 기업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전략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특례 상장 1호라는 상징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제약사가 주도하는 RNA 치료제 경쟁 구도에서, 한국발 플랫폼이 어느 수준까지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기술특례 상장 구조상 임상 단계와 상업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와 제도 환경도 변수로 거론된다. 유전자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 등 주요 규제기관의 안전성 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비임상 단계에서부터 품질 관리와 장기 독성 데이터 요구 수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RNA 편집 기전 특성상 면역반응, 장기 조직 축적 여부, 재투여 전략 등에 대한 정밀한 데이터 축적이 필수로 여겨진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이사는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RNA 편집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과기부 국가전략기술 보유 기술특례 1호 상장 기업으로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 후 초기 주가 변동성보다,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속도와 글로벌 파트너십 성사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12일 공모대금 납입을 마친 뒤,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바이오 투자 심리가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RNA 편집 플랫폼 IPO의 성과가 향후 국내 유전자치료제와 정밀의료 분야 상장 기업들의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 특례 상장 사례가 실제 임상과 매출 성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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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노믹스#rna편집#코스닥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