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주환원 2천억 추가 결정…LG전자, 자사주 소각 확대해 기업가치 제고 속도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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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추가 2천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고 잔여 자사주 전량 소각에 나서면서 LG그룹 주요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제고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올해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한 데 이어, 내년에도 소각과 성장 투자, 지배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전략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LG전자는 28일 공시를 통해 향후 2년간 2천억원을 투입하는 신규 주주환원 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환원 방식과 시기는 추후 이사회에서 확정한 뒤 시장과 별도로 공유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앞서 발표한 방침에 따라 자사주 76만1천주를 소각했으며, 이번 추가 계획으로 환원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LG전자, 주주환원 2천억 추가…LG그룹 올해 자사주 5천억 소각
LG전자, 주주환원 2천억 추가…LG그룹 올해 자사주 5천억 소각

LG전자는 현재 보유 중인 잔여 자사주 전량에 대해서도 소각 일정을 제시했다. 보통주 1천749주와 우선주 4천693주를 내년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소각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잔여 물량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기존 환원 정책에 소각 약속을 더해 주주친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재무구조도 개선 흐름이 뚜렷해졌다.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8.3%로 집계돼 지난해 말보다 6.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과 차입금비율도 각각 10%포인트, 8%포인트 하락하며 재무 건전성이 강화됐다. 업계에서는 ROE 개선과 레버리지 축소가 맞물리면서 향후 배당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지향하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과 냉난방공조 HVAC 등 B2B 사업, 웹OS 플랫폼 등 Non 하드웨어 분야, 소비자직접판매 D2C를 질적 성장 영역으로 분류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들 질적 성장 영역의 매출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 전사 매출의 45%를 차지했으며, 영업이익 기여도는 91%에 달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 비중을 키워 안정적인 현금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주사 ㈜LG도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LG는 내년 상반기 중 2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보유 자사주 5천억원 규모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2만9천580주를 소각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잔여 자사주 302만9천581주, 약 2천500억원 규모를 모두 소각해 소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재원 운용 방향도 제시됐다. ㈜LG는 약 4천억원 세후 규모로 알려진 광화문빌딩 매각 대금을 구광모 대표가 제시한 미래 성장동력 분야인 ABC, 인공지능 AI, 바이오, 클린테크 중심 투자에 활용하되, 일부는 주주환원 재원으로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 차원의 투자·환원 균형 전략을 통해 그룹 전반의 성장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계열사들도 각사 상황에 맞춘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계획을 병행하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3대 성장동력인 서스테이너빌리티, 전지소재, 글로벌 신약에 석유화학 고부가 전환을 추가해 4대 성장동력 체제로 재편했다. 회사는 4대 성장동력 부문의 매출을 2024년 5조8천억원에서 2030년까지 약 3배 이상 확대하고, 연평균성장률 CAGR 20%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화학은 안정적인 주주환원과 미래 성장 투자 재원을 동시에 마련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80%대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율을 약 7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지분 매각이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핵심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성장성과 수익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회사는 2028년까지 매출을 2023년 대비 2배로 확대하고, 북미 생산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EBITDA 마진을 10% 중반 이상 유지하겠다는 기존 목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선별적 신규 투자와 생산라인 운영 최적화, 에너지저장장치 ESS 사업 확대 등을 통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확보되는 잉여현금흐름은 향후 주주환원 재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천48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회사는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에서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차입금 규모는 전년 말보다 1조1천억원 줄어든 13조5천억원대로 감소해, 연간 목표였던 13조원대 차입금 수준을 이미 앞당겨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이 재무 개선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한다.

 

부품 계열사 LG이노텍은 수익성 중심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올해 ROE가 전년과 비슷한 8%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30년까지 ROE 15% 이상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 사업과 로봇, 드론, 우주산업용 부품 사업을 미래 육성사업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해당 사업 매출을 8조원 이상,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을 2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성장 부문 비중을 키워 체질 개선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그룹 주요 상장사들은 올해 총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앞서 제시한 주주환원 목표를 계획대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그룹 전반에서 자사주 소각, 배당 정책, 구조조정, 성장 투자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병행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중장기 주주가치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 규모, 지분 매각 시점과 방식 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LG전자와 LG화학, ㈜LG는 경영진 보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보다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새로 구성되는 보상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이사회 내 견제와 균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자본시장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보상체계와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해외 투자자 유치와 기업가치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향후 LG그룹의 주주환원과 투자 전략은 각 계열사의 실적 회복 속도, 글로벌 금리 흐름,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등 핵심 사업의 성장 궤적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계열사별 구체적인 배당 정책과 자사주 활용 계획, 지분 매각 세부 일정 등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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