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 화물트럭 실증 본격화”…현대차, 울산 물류거점 시범운행→시장 전환 시험대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대형 수소전기트랙터가 국내 물류 거점 도시 울산에서 처음으로 실증 운행에 들어가며 상용차 전동화 전환의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울산시는 2일 태화강국가정원에서 탄소배출 없는 수소전기트랙터 화물운송 실증 차량 인도식을 열고, 대형 화물차의 수소 전환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실증 프로젝트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실주행 환경에서의 운행 데이터와 운송 효율, 유지비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 향후 전국 확대 보급의 기초 자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인도된 수소전기트랙터는 현대자동차가 신규 개발한 모델로, 350킬로와트급 고효율 모터와 5단 자동변속기, 188킬로와트 연료전지스택, 72킬로와트 고전압 배터리 등이 조합된 수소전기 파워트레인을 탑재했다. 수소탱크 용량은 700바 압력 기준 68킬로그램으로 설계됐으며, 1회 충전으로 약 761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차량은 트레일러를 연결해 최대 총중량 40톤 화물을 견인하는 트랙터 트럭 형태로, 도로교통법상 견인차로 분류된다. 국토교통부 수소도시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되는 이번 실증 사업에서는 수소전기트랙터 3대가 투입된다. 각 차량은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대표 물류기업 3곳에 1대씩 배정돼, 향후 4년간 연간 약 4만 킬로미터씩 산업단지, 항만, 내륙 물류센터 구간에서 화물 운송을 수행하며 운행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실증 사업의 핵심 목표는 기존 디젤 대형 트럭이 지배해온 중·장거리 화물 운송 부문에서 수소전기트럭이 어느 수준의 경제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울산시는 산업단지와 항만 물동량이 집중된 지역 특성상 고하중·장거리 운송 비중이 높아, 수소 연료전지 상용차의 성능 및 내구성을 평가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사업 추진 주체들은 디젤 트럭을 수소전기트럭으로 교체할 경우 차량 1대당 연간 약 7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감축 효과까지 감안하면, 물류 기반 도시의 대기질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수소전기트럭 보급 확대는 울산 수소도시 조성사업의 핵심 축으로도 거론된다. 울산시는 이미 석유·가스·화학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소 생산과 유통, 충전소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충해왔으며, 이번 대형 수소 상용차 실증을 통해 연료전지 승용·버스 중심의 수소 활용 구조를 화물 운송으로까지 확장하려 하고 있다. 수소트럭이 700바 고압 충전방식을 활용해 디젤 트럭과 유사한 수준의 급속 충전과 운행 가용시간을 확보할 경우, 운행시간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물류업 특성상 전기배터리 기반 트럭 대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다만 수소 가격 변동성,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 초기 차량 가격 등 경제성 변수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울산시는 인도식에 앞서 현대자동차, 울산테크노파크, 울산도시공사, CJ대한통운,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7개 기관·기업과 수소전기트랙터 국내 실주행 환경 실증 및 운영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협약에 따라 참여 기관과 기업들은 운행 데이터를 공동 수집·분석해 차량 효율 향상, 유지보수 체계 확립, 운송 패턴에 적합한 충전 인프라 최적 설계 등 후속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물류사들은 실제 운송 노선에서 수소전기트랙터를 운영하며 운전자 피로도, 적재 효율, 운행 스케줄 관리 측면의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기존 수소전기트럭 기술을 토대로 연료전지 효율과 차량 경량화, 시스템 내구성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출력 연료전지스택과 보조 배터리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는 등판능력과 가속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연료 소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계됐다. 향후 실증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료전지 열관리, 모터·변속기 매칭, 회생제동 제어 등 세부 기술 최적화가 이뤄질 경우, 차기 수소 상용차 라인업 개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에너지 전문가들은 대형 상용차 부문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 대형 배터리 전기, 바이오 연료 등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는 과도기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운행 거리와 적재 중량이 큰 장거리 화물차 부문에서는 에너지 밀도와 충전시간 측면에서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충전 인프라와 수소 공급망만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울산에서 시작된 이번 실증 사업은 그 가능성을 실제 데이터로 검증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울산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 화물차 시장에 친환경 차 전환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수소전기 트럭 도입과 실증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앞으로 수소전기트랙터 운행 구간을 중심으로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 로드맵을 보완하고, 정부와 협력해 상용차 전환 보조제도와 세제 인센티브 등 제도적 기반을 서둘러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울산 실증의 성패에 따라 수소 상용차 보급 확대 속도와 민간 투자 규모가 좌우될 수 있다며, 향후 4년간 축적될 데이터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