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아래 유유자적”…증평 산책길과 별빛 체험, 일상 속 깊은 쉼
요즘 맑은 하늘 아래 증평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그저 지나치던 조용한 읍내였지만, 지금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별빛을 품은 쉼의 공간으로 일상이 바뀌고 있다.
한가로운 가을 햇살이 퍼진 11일, 증평군에선 산책과 체험형 여행을 찾는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보강천미루나무숲에선 강변을 따라 이어진 길 위로 부모와 아이들이 느긋하게 걸으며, 나뭇잎 사이로 흩뿌려지는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뜬다. SNS에는 “나뭇잎 소리만 들려오니 마음까지 맑아진다”는 인증이 연이어 올라온다. 미루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하루를 보내는 풍경도 자연스레 펼쳐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충북 지역의 산책로 방문객은 지난 1년 새 꾸준히 늘었고, 특히 9월 들어 증평 내 하천 산책 코스 검색량이 두드러졌다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나만의 속도로 걸으며 하루를 깊이 받아들이려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는 것이다.
또 다른 곳, 좌구산 자락에 자리한 증평좌구산천문대는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천문동호인들에게도 인기다. 증평읍 솟점말길을 따라 고요한 산길을 오르면 천문대가 드러난다. 낮에는 우주와 별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전시관에서 아이들이 눈을 빛내고, 해가 진 뒤엔 망원경을 통해 별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별을 보며 아이와 눈을 맞추니, 평소엔 몰랐던 대화를 나누게 됐다”고 한 아빠가 진심을 전했다. 과학적 새로움과 감성의 만남이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증평단군전도 이 지역에 조용한 자극을 더한다. 단군왕검의 위패와 전통 건축, 정돈된 마당에서의 느린 산책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우리 역사의 뿌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저 전각 옆 계단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경건해진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맑은 날씨에 천천히 걷고 별도 보고, 이런 시간이 가장 큰 선물”, “가까운 곳에서 힐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다”며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익숙한 일상에 자연과 우주의 감동, 조용한 역사산책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증평의 가을 산책길과 별빛, 그리고 고즈넉한 단군전처럼 일상과 여행, 그 사이의 깊은 쉼이 결국 또 다른 오늘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