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범용 로봇 소프트웨어 승부수”…엔비디아·소프트뱅크, 美 스킬드AI 10억달러 투자 협상에 글로벌 판도 촉각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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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8일, 미국(USA)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스킬드AI(Skild AI)를 둘러싼 대형 투자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NVIDIA)와 일본(Japan)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이 10억달러 이상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 라운드 참여를 논의하면서, 스킬드AI의 기업가치가 약 140억달러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휴머노이드 및 범용 로봇 분야를 차세대 성장 축으로 겨냥한 글로벌 빅테크와 투자자들의 각축 속에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8일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그룹이 스킬드AI의 신규 펀딩 라운드 참여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 규모는 최소 10억달러로 전해졌으며, 거래가 성사될 경우 스킬드AI의 기업가치는 약 140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20조6천억원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소식통은 이번 크리스마스 이전 거래 종결을 예상하면서도, 협상이 진행 단계에 있어 일부 세부 조건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소프트뱅크, 美 로봇기업 ‘스킬드AI’ 10억달러 투자 협상…기업가치 3배 육박
엔비디아·소프트뱅크, 美 로봇기업 ‘스킬드AI’ 10억달러 투자 협상…기업가치 3배 육박

시장정보업체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스킬드AI는 올해 진행된 5억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약 47억달러, 약 6조9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신규 자금 조달 협의에서 거론되는 140억달러 수준은 시리즈B 당시보다 거의 3배에 가까운 급등으로, 불과 몇 달 사이에 몸값이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에서는 생성형 AI 열풍이 로봇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 플랫폼 기업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킬드AI는 메타(Meta) AI 연구원 출신들이 2023년에 설립한 미국 AI 로봇 기업으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범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다. 자체 로봇 하드웨어 제작보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에 공통 적용 가능한 AI 모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온 점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통해 로봇에게 인간과 유사한 인지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부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스킬드AI는 올해 7월 첫 범용 AI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물류창고 작업부터 가사 노동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 환경과 업무 유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소개됐다. 물류, 제조, 유통, 서비스 등 여러 산업 현장에 동일한 AI 두뇌를 얹는 방식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특정 공정에 특화된 기존 산업용 로봇과 차별화된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범용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효과와 구독형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스킬드AI에 일찍부터 관심을 보이며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킬드AI의 시리즈B 자금 모집에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한국의 LG 벤처캐피털과 삼성 등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LG CNS는 지난 6월 스킬드AI와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이와 병행해 LG의 벤처캐피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LG Technology Ventures)’를 통해 스킬드AI에 투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AI·로봇 융합 기술 조기 확보와 글로벌 생태계 선점 차원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스킬드AI는 지난해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3억달러를 조달했으며, 당시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를 비롯해 소프트뱅크그룹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2년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 연속적인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하면서, 생성형 AI 다음 단계로 꼽히는 범용 로봇 분야의 대표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미국과 일본, 한국, 중동 자본 등 글로벌 자금이 뒤섞여 유망 로봇 스타트업에 몰리는 양상도 두드러진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과 글로벌 테크 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와 플랫폼을 앞세워 로봇·자동차·클라우드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가속하는 모습이다. 소프트뱅크그룹 역시 손정의 회장을 중심으로 AI와 로봇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내세우며, ARM 상장을 계기로 공격적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스킬드AI 투자는 두 그룹이 AI 로봇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투자자들이 휴머노이드 및 범용 로봇 업체를 유망한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매체들은 물류, 제조, 가정용 서비스 로봇 등이 인력 부족 해소와 고령화 대응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AI 로봇 기술이 산업 전반의 자동화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범용 소프트웨어와 AI 모델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진정한 의미의 범용 로봇 응용 기술은 여전히 난도가 높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각기 다른 물리적 환경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구현하려면, 센서·제어 기술, 안전성, 규제, 비용 등 복합적인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범용 로봇이 산업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기까지는 기술 성숙과 상용화에 몇 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스킬드AI와 같은 로봇 AI 기업에 쏠리는 고밸류 투자 열기를 두고, 생성형 AI 붐을 연상시키는 과열 조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아직 수익 모델과 상용화 수준이 초기 단계인 만큼, 장기적인 기술 로드맵과 고객 확보 전략이 투자 성패를 가를 변수라는 지적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로봇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안드로이드나 클라우드 플랫폼과 유사한 네트워크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현재의 고평가를 정당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스킬드AI를 둘러싼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 협상이 예정대로 연내 마무리될 경우, AI 로봇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경쟁은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 한국 기업뿐 아니라 중동과 유럽 투자자까지 뛰어드는 다극적 자본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어, 향후 로봇 산업 지형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시장은 스킬드AI가 제시한 범용 로봇 비전이 실제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산업 표준과 규제가 등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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