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체계 손본다”…정부·의사 협회 정면충돌에 의료계 긴장
정부와 국회가 주도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움직임이 의료계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요 의사단체는 11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률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검체검사 전문성을 둘러싼 현장과 정책 입장차가 의료산업 전체의 공급 구조까지 흔드는 국면이다. 산업계는 이번 정책이 “의료 보상 체계와 진료 접근성, 장기적으로는 필수 진료과 존립”까지 위협할 지 주요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번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위탁기관이 수가 전체 110%를 받아 수탁기관과 정산하던 방식을, 각각 분리 청구 구조로 바꾸는 데 있다. 향후 검사 수가 비율이 100%로 낮아지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직접 분리 청구하는 체계가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의료계는 신규 구조에서 필수 진료과·일차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검체검사(혈액·조직 등 생체 검사)는 진단 정확도와 신속성, 의료 네트워크 내 안정적 이송·분석 체계에 좌우된다. 현행 공동 위탁 모델에서는 동네 의료기관이 가까운 환자 진료와 신속 검체 전달, 전문 수탁기관의 고도화 실험실 시설 활용 등 효율성이 작동해왔다. 업계에서는 “입체적 네트워크 기반이 무너지면, 오히려 검사 품질·환자 접근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구조 측면에서도 이번 제도 개편은 필수 진료 영역의 위탁 검사량 감소, 중소 의원 생존력 저하, 검사 전문기관의 자원 배분 재조정 등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수탁기관 입장에서는 집중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지만, 일차 의료기관 경영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보건의료 시스템과 비교할 때 한국의 동네 병의원 중심 검체채취-중앙전문검사 위탁모델은 접근성·속도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아왔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검사 단계별 책임소재와 환자 편의성, 비용 구조를 꾸준히 개선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안이 선진국 수가 분리 구조를 참고했더라도, 국내 의료생태계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관점에서는 식약처, 복지부 등 주무 부처가 ‘검사 행위의 투명성 및 관리 효율성’ 강화에 방점을 두며 개편을 추진 중이다. 반면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 부족과 업무 현실 무시, 오히려 진료 품질 저하”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정책 협의체 참여 확대, 합리적 보상 구조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의료산업정책 전문가는 “검체검사 수가 분리 구조 도입 시, 단기적으로 진료기관간 수익배분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일차 의료의 지속 가능성, 환자 의료 접근권, 검체검사 산업 경쟁력 등이 산업 구조 전환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번 제도 변화가 실제 의료현장에 어떤 파급을 주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